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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한 만남] ‘노벨문학상’ 라슬로 출판사 안지미 대표 “예상 뛰어넘는 반응…작가 매력 무궁무진”

입력 : 2025-10-27 15:43:33 수정 : 2025-10-28 10: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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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알마 안지미 대표
"진입 장벽 높은 책, 예상보다 훨씬 반응 있어"
특별 상영회, 낭독 공연 등 준비중
"겨울에 어울리는 라슬로 책…다방면 보여줄 기회"
올해 노벨문학상은 헝가리 묵시록 문학의 거장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작가에게 돌아갔다. 하루에 한두 권 팔리던 책은 국내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를 석권했다. 작가의 작품을 국내 독점 출간해온 알마의 안지미 대표는 “예상보다 훨씬 반응이 뜨겁다”고 웃으며 바쁜 근황을 전했다. 사진=알마

 

출판사 알마는 최근 업계에서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헝가리 작가 크라스나호르카이 라슬로가 선정되면서부터다. 라슬로 작가의 작품을 알마가 국내 독점 출간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수상 발표 이후 라슬로 작가의 대표작들은 주요 서점에서 연일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서점가를 달구고 있다. 하루에 한두 권 팔렸던 책은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만 하룻밤 사이 1800부가 나갔다. ‘사탄탱고’는 수상자 발표일인 지난 9일부터 나흘간 예스24 기준 이전 연간 판매량의 33배가 팔렸다.

 

안지미 알마 대표 역시 하루에 전화 벨소리가 수십번이 울릴 정도로 쉴 틈 없이 분주한 요즘이다. 라슬로 작가 책의 입고 진행 상황 문의와 서점가의 이벤트 제안 등이 끊이지 않는다. 안 대표는 27일 “상을 받기 전에는 썩 반응이 좋았던 책이 아니기 때문에 재고를 많이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책이 아직도 많이 부족해서 전화 받느라 바쁘다. 지금도 계속 책을 찍고 있는 상황”이라고 웃으며 바쁜 근황을 전했다. 이어 “워낙 진입 장벽이 높은 책들이어서 어느 정도 반응이 올지 기대를 못 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반응이 더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예스24 강서NC점에서 2025 노벨문학상 수상자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작가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사진=예스24

 

연일 추가 인쇄와 유통에 힘을 쏟는 동시에 여러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다음달 4일에는 헝가리문화원에서 ‘사탄탱고’와 라슬로 작가의 또 다른 대표작 ‘서왕모의 강림’을 번역한 노승영 번역가가 참여하는 북토크를 마련한다.

 

같은달 알라딘에서도 북토크를 진행할 예정이며 작가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의 특별 상영회, ‘사탄탱고’ 낭독 공연 등도 준비 중이다. 안 대표는 “라슬로 작가의 책은 겨울에 어울린다. 작가의 세계관을 더 다양한 방면으로 입체적으로 보여줄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쉽지 않았던 출간, 미지근한 반응…그래도 ‘뚝심’

 

2025 노벨문학상 수상자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사진=노벨상 홈페이지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됐지만 수상과는 연이 없었던 라슬로 작가는 올해도 후순위로 시작해 점차 1, 2순위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안 대표의 기대감도 점점 더 커졌고 결국 올해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은 라슬로 작가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라슬로 작가의 작품 세계를 두고 “묵시록적 공포의 한가운데에서 예술의 힘을 다시 확증하는, 강렬하고도 예언적인 작품 세계”라고 노벨문학상 선정 배경을 밝혔다. 안 대표는 “올해는 생방송을 더 긴장하면서 봤다. 호명됐을 때는 ‘내가 잘못 들었나’ 싶을 정도로 깜짝 놀랐다. 마치 내가 작가인 것처럼 얼떨떨하고 긴장되고 떨렸다. 발표되고 몇 초 후부터는 전화가 쏟아지기 시작했다”고 발표 당시를 떠올렸다.

 

‘사탄탱고’는 1985년 세상에 나왔지만 국내에서는 33년이 흐른 2018년이 돼서야 출간됐다. 이마저도 안 대표와 사탄탱고의 과거 인연 덕분이었다. 2000년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 당시 영화화된 ‘사탄탱고’가 상영됐는데 무려 438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객석을 지켰다.

 

안 대표는 “강렬한 예술 작품이라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후 그의 마음 한편에 ‘사탄탱고’가 자리했고 10여년이 흐른 뒤 출판사 대표로서 운명적으로 재회했다. 미지의 작가를 소개하는 알마의 문학 시리즈 작품으로 ‘사탄탱고’를 소개받았고 과거 영화로 느꼈던 감동을 떠올린 뒤 출간에 시동을 걸었다.

 

라슬로 작가는 세계적 지명도는 높지만 국내에서 그리 많이 알려진 인물은 아니었다. 당연히 출간 직후에도 국내 독자 반응은 미지근했다. 그럼에도 알마는 ‘저항의 멜랑콜리’(2019)·‘라스트 울프’(2021)·‘서왕모의 강림’(2022) 등 작가의 대표작을 꾸준히 내놨다.

 

안 대표는 “작가의 세계가 워낙 방대하고 깊이 있고 독특해서 책을 더 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판매가 좋지는 않았으니까 매번 고민과 갈등은 있었지만 그래도 한 작품으로는 라슬로 작가의 세계를 보여줄 수 없다는 게 확실하니까 계속 출간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알마에서 독점 출간하고 있는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작가의 책들. 사진=알마

 

헝가리어 번역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번역가를 찾지 못해 사탄탱고는 독일어, 이후의 작품들은 영어 중역을 통해 국내 출간했다. 안 대표는 “헝가리어 번역가를 찾기도 쉽지 않았고 번역 중간에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다른 책들보다 훨씬 더 작업 기간이 오래 걸리고 까다로운 책이었다”며 “300쪽짜리 책들의 작업 기간을 적어도 5∼6개월 정도로 잡는다면 라슬로 작가의 작품은 1년에 한 권꼴로 냈다. 작품 자체가 어렵고 난해하기 때문에 역자를 찾고 편집하는 과정이 더 오래 걸렸다”고 떠올렸다. 그럼에도 안 대표는 좋은 책을 소개하고 싶다는 뚝심을 발휘했고 그 덕분에 노벨문학상 작가의 작품을 국내에서 볼 수 있게 됐다.

 

◆라슬로, 낯선 세계 여행하는 매력…내년 신간 출간

 

안 대표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라슬로 작가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굴한 인물인 셈이다. 그가 생각하는 라슬로 작가의 매력은 무엇일까. 안 대표는 “무궁무진하다. 자신의 세계를 확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끝까지 밀고 나간다. 본인의 세계를 차곡차곡 쌓아가기 때문에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고 실험적인 작품을 선호하는 분이라면 익숙함에서 벗어나 낯선 세계를 용기 있게 여행하는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슬로 작가의 세계를 접할 독자에게는 “굉장히 긴 호흡이 필요하다. 오롯이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장벽이 높은 작품이지만 어렵게 읽을수록 완독한 이후에 남는 커다란 성취감이나 뿌듯함이 있을 테니 오랫동안 공들여서 차근차근 읽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알마는 라슬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맞춰 특별판 출간과 더불어 그의 또 다른 작품 ‘헤르쉬트 07769’도 내년에 번역 출간한다. 주인공이 지구가 파괴할 만큼의 과학적 발견을 한 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에게 편지를 쓰면서 시작하는 이야기다. 작가가 좋아하는 바흐의 음악이 소재로 등장한다.

 

안 대표는 “이 책도 500쪽 내외 분량으로 굉장히 어려운 작품이 될 것 같다”며 “한림원에서 이번에 이 책을 언급했고 몇몇 영미권 언론사에서 ‘헤르쉬트 07769’가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에 큰 기여를 했을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고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침체된 시장…결과보다 과정에 중점

 

알마는 서울시 마포구 홍대입구 인근 본사 라운지에서 매달 독자들을 초대해 낭독 회를 열고 있다. 사진=알마

 

프리랜서 북디자이너 출신이었던 그는 2015년 알마 대표 자리에 올랐다. 특이하게도 알마는 상업적 성공보다 문학적 실험에 중점을 두는 출판사다. 안 대표는 “지금은 연극과 영화와 문학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는 책을 염두에 두면서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출판 시장이 지금 굉장히 안 좋고 누구는 사양산업이라고도 말한다”며 “실제로 매출이 하락하고 있는 건 확실하지만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작업을 하는 게 중요하겠다고 생각했다. 과정이 즐거울 수 있는 책을 내보자는 생각에 연극이나 영화, 문학에 집중하게 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상업적으로 포커스를 맞춰도 잘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럴 경우 데미지가 더 크다”며 “지치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움직일 수 있으려면 과정이 즐겁고 행복해야 한다. 결과가 늘 따라올 순 없으니까 그러려니 하고 다음 발자국을 조금씩 내딛으면 가끔 이렇게 큰 행운이 찾아오고 다시 또 힘을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출판업계 침체 속 알마가 주목하고 있는 건 ‘책의 확장’이다. 안 대표는 “책이라는 문을 통해서 다른 세계로 확장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실제로 알마는 본사에서 매달 낭독극장을 열고 독자들을 초대해 함께 희곡을 낭독한다. 신간 출간 기념 낭독회, 작가와의 북토크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안 대표는 “책 한 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책을 통해 확장하고 다른 예술로 닿을 수 있는 방법 등을 꾸준히 찾고 있다”며 “내년에는 출간할 작품을 공연으로 만드는 등 단순히 책을 많이 내기보다는 한 권씩 정성을 많이 들이는 해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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