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웅, 세 글자로 정리되는 경기였다.
사자군단이 기다리던 ‘미친 선수’,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나타났다. 프로야구 삼성의 내야수 김영웅이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22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2025 KBO리그 포스트시즌(PS)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4차전에 5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2홈런 6타점이라는 믿을 수 없는 성적표를 제출했다. 기적 같았던 7-4 역전승, 모든 곳에 김영웅의 이름이 새겨졌다.
삼성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이 5이닝 4실점으로 무너졌다. 문현빈에게만 3점홈런 포함 4타점을 내준 게 뼈아팠다. 0-4의 열세, 삼성의 무기력한 한숨이 안방 대구를 휩싸고 있었다.
김영웅이 움직였다. 6회말 캡틴 구자욱의 1타점 추격 적시타가 희망의 불씨를 지폈을 때였다. 1사 1·3루에서 김서현을 마주했다. 2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3구째 시속 153㎞ 패스트볼에 완벽한 스윙을 냈다. 화끈하게 잡아돌린 이 타구는 127m를 훨훨 날아 우측 외야 관중석 높은 곳으로 사라졌다. 4-4 동점과 함께 라이온즈파크가 활활 타올랐다.
팀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난도가 높은 타석이었다. 김영웅은 “(1,2구에서) 김서현 선수가 그렇게 빠른 공을 던질 줄 몰랐다. 스윙했는데 156㎞가 찍히더라. 타이밍을 많이 앞에 두고 쳤는데도 2구째에 또 늦었다”며 “타이밍이 늦다는 걸 상대도 알아서 또 패스트볼일 거라 생각했다. 높은 공은 못 치겠다 싶어 낮은 공을 노렸는데, 운좋게 딱 맞아 떨어졌다”고 돌아봤다.
사자의 분위기, 기름을 부은 것도 또 김영웅이다. 이어진 7회말, 1사 1·2루에서 이번에는 한승혁을 앞에 두고 방망이를 잡았다. 초구 145㎞ 패스트볼을 흘리지 않고 잡아당겼다. 이번에도 맞자마자 홈런을 직감할 수 있던 타구, 105m를 날아 우측 담장을 또 넘어갔다. 믿을 수 없는 김영웅의 타격감, 0-4로 뒤지던 삼성에 7-4 첫 리드를 선물했다.
김영웅의 PO 성적표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이다. 타율 0.643(14타수 9안타), 3홈런 12타점이다. 전날(21일) 3차전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3홈런을 적립하며 방점을 찍었다. 그가 빚은 12타점은 2017년 PO에서 오재일(당시 두산)이 기록한 PO 최다 타점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정표다. 다가올 5차전에서 타점을 더 쌓는다면, 신기원에 닿을 수 있다.
“오늘 경기가 야구인생에서 당연히 1등으로 꼽힐 시합”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김영웅은 “(박진만) 감독님이 원래 말수가 적으시다. 그런데 오늘 나를 보며 함박웃음을 지어주셨다. 시즌 중에도 몇 번 있긴 했지만, 오늘이 가장 흐뭇하게 웃으신 듯하다”고 활짝 웃었다.
스승의 한마디가 팀 그리고 김영웅을 깨우기도 했다. 그는 “감독님이 4점이 딱 났던 6회말에 들어가기 전에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긴장하지 말라고, 여기까지 너무 잘해왔으니 재밌게 즐기면서 타석에 임하라고 하셨다. 그게 큰 도움이 됐다”며 감사의 메시지까지 띄워 보냈다.
미쳐버린 김영웅과 삼성, 이제는 시리즈 역전을 노릴 일만 남았다. 사자군단은 오는 24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5차전에서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건 마지막 승부를 벌인다. 1차전에 맞붙었던 코디 폰세(한화)를 다시 만난다. 삼성은 최원태로 맞불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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