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체절명의 위기, 대전 왕자가 팀을 구했다.
우완 투수 문동주(한화)가 이 가을을 지배한다. 또 한 번 포효했다. 2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2025 신한 쏠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PS)’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3차전에 세 번째 투수로 나서 4이닝을 삭제했다. 2개의 안타, 1개의 볼넷을 내줬으나 산발적이었다. 대신 삼진은 6개나 잡아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7㎞까지 찍혔다. 1차전 때(최고 161.6㎞)보다는 살짝 몸이 무거워보였으나, 이닝을 거듭할수록 구위가 더욱 살아났다.
안방에서 1승1패를 기록하고 원정길에 나선 한화다. 같은 성적표지만 양 팀의 분위기는 극과 극이었다. 한화의 경우 최강 원투펀치를 모두 내고도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1차전 8실점, 2차전 7실점 등 강점인 마운드 높이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반전의 계기를 만드는 것이 시급했다. 역대 PO 1승1패 상황에서 3차전 승리 팀의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진출 확률은 53.3%(8/15)에 달한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문동주는 오늘 대기한다”며 필승을 다짐했다.
사실, 한화로서는 웬만해선 문동주 카드를 아끼고 싶었을 터. 선발 로테이션은 물론, KS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까닭이다.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날 선발투수로 나선 류현진이 4이닝 4실점(4자책)으로 일찍 마운드를 내려갔다. 타선의 힘으로 곧바로 뒤집었지만, 상대 타자들의 감각 역시 예사롭지 않은 상황. 마무리 김서현이 PO 1차전서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 가운데 1점 차 리드를 확실하게 지킬 카드가 마땅치 않았다. 결국 가장 강력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기대에 200% 부응했다. 평소 루틴대로 준비하긴 어려웠을 터. 1차전서 29개를 던진 뒤 이틀 쉬고 나왔다. 문동주는 “1차전 땐 정말 가벼웠는데, 오늘은 조금 무거운 느낌이긴 하더라”면서 “스피드보다는 제구, 커맨드에 더 신경 쓰려 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조금은 낯선, 주자가 있는 상황(무사 1루)서 등판했다. 문동주는 “주자 있는 상황에서 올라간 기억이 거의 없다. 긴장이 되더라. 일찍 몸을 풀라는 얘길 들어서 긴 이닝을 고려하면서 던졌다”고 밝혔다.
큰 경기에 강하다. 1차전에 이어 이날도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에이스, 그 자체다. 문동주 없는 한화의 가을야구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평소보다 격한 세리머니로 벤치에 힘을 불어넣은 것은 물론이다. 배터리 호흡을 맞춘 포수 최재훈은 문동주를 향해 “열심히 던져줘서 정말 고맙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지금 문동주에게 보직은 중요치 않다. “팀이 이길 수만 있다면 선발이든 불펜이든 상관없다. 그저 최선을 다해 던지곘다”고 강조했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