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은 너희들이야.”
가을야구와 같은 단기전에선 특히 포수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공 하나에 희비가 엇갈린다. 그 어느 때보다 노련한 볼 배합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포수들이 방망이보다는, 수비에 집중하는 배경이다. 독수리 군단의 안방을 지치는 최재훈(한화)도 마찬가지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두 경기서 빈손으로 물러났지만 거기에 매몰될 여유는 없다. 최재훈은 “(선발라인업 중) 나 혼자 안타가 없었던 것 아닌가. 사실 긴장을 좀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어느덧 베테랑이라는 수식어가 익숙해졌다. 최재훈은 2008 육성선수로 두산에 입단했다. 2017시즌 4월 한화로 트레이드되면서 야구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주전포수로서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2021시즌을 마친 뒤엔 자유계약(FA)도 체결했다. 5년 54억원 대박을 쳤다. 매번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 고민한다. 올 시즌을 앞두고 체중을 10㎏이나 감량한 것이 대표적이다. 공·수에서 내공 있는 모습을 자랑, 한화가 정규리그 2위에 오르는 데 큰 몫을 했다.
큰 경기 경험도 많은 편이다.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PS) 무대만 20경기 뛰었다. 한화의 마지막 가을야구였던 2018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때에도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올해 한화의 PS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야수 중 2018시즌 가을 멤버는 최재훈과 하주석, 둘 뿐이다. 후배들에게 해줄 이야기도 많을 터. 최재훈은 “나름대로 조언을 해주기도 하는데 (노)시환이도, (문)현빈이도 알아서 척척 잘하더라. 별말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웃었다.
자세를 낮췄지만, 하루하루 바삐 움직이는 중이다. 특히 투수진 멘털 케어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PO 1차전서 ‘에이스’ 코디 폰세가 흔들리자 곧바로 다가갔다. 최재훈은 “(안타를) 맞은 것에 대해선 전적으로 내 잘못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미안하다고 했더니, 폰세가 ‘아니다. 내가 잘못 판단한 부분이 있었다’고 얘기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폰세가 평소와는 달리 조용하더라. 그냥 밝게 하자고, 그래야 더 잘할 것 같다고 했다”고 귀띔했다.
9시즌 연속 두 자릿수 경기 출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가을야구까지.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최재훈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워낙 열심히 도와주신다. 코치님들도 체력 관리를 잘해주시기 때문에 (체력적 문제는) 걱정 없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해 이기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준다. “후배들에게 항상 ‘영웅은 너희들이 하라’고 말한다. 나는 묵묵히 뒤에서 희생하려 한다”고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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