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협박성 폭로 강력 대응 추세…본보기 처벌 필요"
배우 이이경이 금전을 목적으로 한 악의적 폭로의 피해자가 됐다.
“다른 여자들을 위해서”라던 폭로자의 명분은 힘을 잃고 있다. 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돈이 급했다”고 추가 입장문을 밝혔지만, 폭로의 목적이 금전으로 보여지는 순간 폭로의 명분은 사라진다.
검증 없이 확산된 루머는 한 배우의 10년 경력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이번 사건은 무분별한 온라인 폭로 문화의 심각한 부작용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허위사실 인정, 사과 메일도 보내”…반복된 금전 요구의 전말
20일 이이경을 둘러싼 사생활 루머의 진원지로 알려진 해외 거주 네티즌 A씨는 자신의 해명 글에서 결정적인 고백을 했다. “제가 한 번 ‘돈 줄 수 있냐’는 질문을 한 적은 있다. 개인적으로 돈이 급했고,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A씨의 첫 번째 시도가 아니었다. 소속사 상영이엔티 관계자에 따르면, A씨는 이미 몇 달 전 회사 측에 직접 연락해 유사한 내용을 보내며 금전을 요구했다. 거절당하자 A씨는 곧바로 사과 메일을 보내며 ‘허위사실’을 인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불과 몇 달 만에 A씨는 같은 내용을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 블로그에 다시 게시했다. ‘이이경님 찐모습 노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는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대화 캡처가 포함됐고, 삭제되기 전까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다른 여자들이 같은 일을 겪지 않게 하려던 것’이라는 A씨의 해명은, 스스로 밝힌 ‘돈이 급했다’는 동기와 명백히 모순된다. 법률 전문가들은 “금전 요구를 동반한 반복적 폭로는 단순 명예훼손을 넘어 공갈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며 “특히 한 번 사과한 뒤 재범한 점은 악의성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라고 지적했다.
◆마구잡이 확산...허위폭로의 또다른 가해자는?
이번 사건이 더욱 심각한 이유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온라인을 통해 무분별하게 확산됐다는 점이다. A씨의 글은 곧 삭제됐지만, 캡처된 이미지와 일부 발췌 내용은 각종 커뮤니티와 SNS로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특히 A씨가 해외(독일)에 거주한다는 점은 국내 법적 대응의 어려움을 노린 전략적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해외 발신 명예훼손 사건은 신원 특정부터 법적 절차까지 국내 사건보다 훨씬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뒤늦게 “돈 노린 거였구나”, “처음부터 이상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중은 쏟아지는 기사를 일일이 체크하지 않는다. 자극적인 기사만 퍼나른다. 때문에 허위폭로만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
요즘 온라인 문화는 진위 여부보다 선정성이 우선이다. 일단 자극적인 내용이면 클릭하고 공유하는 게 먼저인 풍토가 무고한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폭로를 무분별하게 확산하는 행위 자체가 명예훼손의 공범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한 번의 루머가 남긴 지울 수 없는 상처
이이경이 입은 피해는 한바탕 소란으로 끝나지 않는다. 근거 없는 의혹도 당사자에게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을 준다. 특히 공인의 경우 사생활이 공개적으로 거론되면서 느끼는 수치심과 무력감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이이경의 소속사는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행위에 대해 민·형사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이경 사건은 처음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금전 목적의 허위 폭로 사건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연예인의 이미지가 곧 자산이라는 점을 악용해, 허위 또는 과장된 내용으로 협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피해자들이 소송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우려해 합의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아, 가해자들의 범행이 더욱 대담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연예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번엔 제대로 법적 대응해서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 “돈 노린 폭로와 진짜 폭로를 구분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최근 연예인 대상 협박성 폭로에 대해 강력 대응하는 추세라고 전한다. 한 변호사는 “예전에는 ‘어차피 유명인이니 감수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악의적 가해자에 대한 본보기 처벌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이 향후 유사 사례를 억제하는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는 왜 또 검증 없이 믿는가
이이경 사건은 현 시점 연예계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검증 없이 자극적인 폭로를 믿고, 확산시키는가?
정의를 가장한 협박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그리고 검증 없는 확산에 동참한 이들도, 이번 사건의 공범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클릭 한 번, 공유 한 번이 누군가의 인생을 파괴할 수 있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너진 한 사람의 삶은,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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