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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광장] 영화 OTT행 늦춰도…근본은 콘텐츠 부재

입력 : 2025-09-23 14:57:36 수정 : 2025-09-23 14:5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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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된 극장가를 살릴 수 있을까.

 

최근 홀드백(Hold-back) 6개월 제도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됐다. 홀드백은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된 후 일정 기간 동안 다른 플랫폼에 공개되지 않도록 유예하는 방식이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극장 상영 종료일로부터 6개월간 OTT 서비스에서 해당 작품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OTT 플랫폼의 성장으로 인해 영화가 극장에서 수익을 회수할 수 있는 기간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영화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감한 관객 수에 더해 OTT가 주요 소비 채널로 자리 잡으면서 극장 중심의 유통 생태계가 급격히 무너졌다고 호소해왔다. 2019년 극장 관람객은 2억2667만명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1억2312만명으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올해는 1억명도 못 넘길 위기다. 8월까지의 누적 관람객은 6769만명이다. 때문에 법안 통과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영화 유통 전략은 작품별로 다르고, 창작 환경 또한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접근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독립영화나 예술영화의 경우 극장에서 충분한 상영 기회를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OTT 유통이 사실상 생존 수단인 경우도 많다.

 

OTT가 극장 침체의 주범처럼 여겨지지만 과연 그것이 근본적인 원인일까에 대한 물음표도 생긴다.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 최근 열린 제77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는 단 1편도 본선 초청을 받지 못했다. 12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 그 자체가 한국 영화계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 영화의 세계적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창작 생태계 전반에 걸쳐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하고 이를 구현할 역량이 약화된 것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내 관객 역시 이 같은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조사에서 극장을 찾지 않는 이유로 가장 많은 응답자가 ‘볼 만한 영화가 없어서’라고 답했다. 그다음은 ‘품질 대비 티켓 가격이 올라서’였다. 결국 관객이 극장을 찾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극장에서 보고 싶은 작품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개봉작들은 새로운 IP(지식재산권)나 실험적 기획보다는 흥행 가능성이 검증된 소재나 작품을 다루며 안전한 선택을 우선시한다. 그리고 이조차 나오는 작품 수가 많지 않다. 코로나19 당시 극장 수익 구조가 크게 흔들린 이후 투자사들이 여전히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반복되는 소재와 이야기 구조에 피로감을 느낀 관객은 극장을 외면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와 OTT 확산이 촉발한 변화는 불가역적인 흐름이며, 극장이 다시 관객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콘텐츠와 문화적 매력을 회복해야 한다. 유통 구조를 규제하고 관람권 할인 쿠폰을 지급하는 것보다 먼저 영화 자체의 경쟁력을 고민해야 할 때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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