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통해 팬덤 구축 눈길
제이플라, 방송 출연 없이도 대중·음악성 인정
서리·서이브 등 플랫폼 인기 타고 가수 데뷔

디지털 플랫폼이 새로운 스타의 등용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누구나 온라인에서 대중과 직접 소통하며 자신의 재능과 개성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서 자신만의 콘텐츠로 꿈을 이루는 시대가 열렸다.
◆기존 아이돌 산업 틀 깬 걸밴드

4인조 걸밴드 QWER(큐더블유이알)은 내놓는 곡마다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올려놓을 정도로 데뷔 2년여 만에 최정상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고민중독’은 2024년 유튜브가 선정한 한국 최고 인기곡 1위를 차지했다. 에스파·뉴진스 등 대형 아이돌 그룹을 제치고 대중적 인기를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내 이름 맑음’ 등의 노래도 멜론, 유튜브 뮤직 등 국내 주요 음원 차트 상위권에 장기간 머물렀고 지난달 발매한 미니 3집 ‘난 네 편이야, 온 세상이 불협일지라도’는 7만9294장이라는 초동 판매량을 기록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다.

QWER은 K-팝 아이돌 시장에서 드문 사례로 꼽힌다. 전통적인 연습생 시스템이 아닌 인기 크리에이터 김계란이 기획한 최애의 아이들 프로젝트를 통해 결성됐기 때문이다. 멤버들은 각기 다른 플랫폼과 배경에서 활동하다가 모였다.
마젠타와 쵸단은 데뷔에 앞서 트위치에서 스트리머로 오랜 기간 활동했으며, 히나는 틱톡에서 400만 팔로워를 보유한 인기 크리에이터다. 또 시연은 일본 걸그룹 NMB48 출신이라는 이색 경력을 갖고 있다. 기존 아이돌 그룹처럼 한 곳에서 오랜 기간 합숙하며 훈련받지 않고, 각자의 분야에서 이미 팬덤과 개성을 쌓아온 인재들이 모였다.
팀 결성과 활동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되면서 시작부터 높은 주목을 받았고, 관련 영상은 최고 수백만 뷰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멤버들의 연습, 합주, 무대 준비 등 성장 과정이 데뷔 전부터 콘텐츠로 제작되면서 팬들과의 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져 팬덤을 구축했다.
기존 아이돌 산업의 틀을 깨고도 성과를 만들어낸 QWER은 크리에이터와 팬, 플랫폼이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형태의 스타 탄생 방식을 보여줬다. 과거처럼 방송사 중심의 홍보에 의존하지 않은 대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팬덤을 먼저 구축하고 화제를 모은 뒤 방송사의 러브콜을 받는 독특한 역전 구조를 만들어냈다.
◆방송 출연없이 유튜브로만 영향력↑

유튜브가 만든 스타로는 제이플라를 빼놓을 수 없다. 방송 출연 없이 순수하게 유튜브 플랫폼으로 대중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사례다. 제이플라는 한국 출신 솔로 아티스트 중 가장 많은 173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비욘세 등 다양한 팝송과 K-팝 커버 노래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에드 시런의 ‘셰이프 오브 유(Shape of You)’ 커버는 무려 3억 뷰를 넘겼다.

이미 유튜브 시장에서 정점에 오른 만큼 2022년에는 독자적으로 자신의 회사를 세운 뒤 본격적인 오리지널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2023년 이후 자작곡 중심의 앨범과 싱글을 발표하며 커버 아티스트에서 싱어송라이터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제작부터 보컬, 편곡까지 대부분의 과정을 직접 맡아 독립 아티스트의 롤모델로 자리잡았다. 유튜브 기반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해외 팬층을 겨냥한 글로벌 전략에 집중하고 있으며 실제로 첫 정규앨범은 미국·브라질·인도네시아 등에서 호평을 받았다.
◆오디션 시스템의 붕괴?
과거에는 가수로 데뷔하려면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대형 기획사나 방송 프로그램의 오디션을 통과해야 했다. 그러나 유튜브와 틱톡 같은 플랫폼은 가수 지망생들에게 ‘오디션 없이도 데뷔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싱어송라이터 서리(Seori)는 2019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영문 커버송을 업로드하며 음악 팬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유튜브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여러 레이블의 주목을 받았고, 신생 레이블의 손을 잡고 2020년 전곡을 직접 작사·작곡·프로듀싱한 데뷔 앨범을 발매했다. 타이틀곡은 발매 직후 글로벌 음원 차트에 오르며 주목 받았다. 2021년에는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타이틀곡 피쳐링으로 참여하는 등 서리는 현재까지도 OST를 비롯해 다양한 영역에서 꾸준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서이브는 지난해 ‘마라탕후루’로 전국적인 챌린지 열풍을 일으킨 크리에이터다. 13살이지만 “탕탕 후루후루”라는 중독성 있는 ‘마라탕후루’를 제작해 틱톡을 장악했으며 챌린지는 인플루언서와 아이돌까지 대거 참여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스타가 된 서이브는 주 활동 무대였던 숏폼을 넘어 음악 방송까지 출연하며 본격적인 가수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 5월 음악 방송에서 선보인 고음 라이브를 담은 유튜브 쇼츠 영상은 조회수 100만회를 돌파하기도 했다.
서이브는 “가수 겸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려고 한다”며 “예고 실용음악과에 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어린 나이에도 자신만의 아이디어와 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서이브는 새로운 시대의 크리에이터-아티스트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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