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일문일답] 천재 유격수의 진심 “나를 택했고, 내가 택한 두산… 죽을 때까지 못 잊어”

입력 : 2025-07-06 17:18:42 수정 : 2025-07-06 18:04:58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사진=스포츠월드 김종원 기자

 

‘아듀! 김재호’

 

프로야구 두산의 원클럽맨 프랜차이즈 스타 김재호가 은퇴 경기를 앞두고 특별한 마음을 전했다.

 

잠실 그라운드를 오랜 시간 지켜 온 파수꾼이 작별의 인사를 앞두고 있다. 두산은 6일 잠실 야구장에서 열리는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와의 홈경기와 함께 김재호의 은퇴식을 연다. 더불어 이날 경기를 위해 은퇴선수 특별엔트리 제도를 활용, 김재호를 1군 엔트리에 등록했다. 선발 라인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김재호는 6번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다.

 

2004년 두산의 1차 지명을 받은 김재호는 곰 군단에서만 21시즌을 소화한 레전드다. 지난해까지 통산 1793경기 타율 0.272(4534타수 1235안타) 54홈런 600타점을 기록했고, 팀의 한국시리즈(KS) 우승(2015, 2016, 2019) 3회에도 핵심 전력으로 활약한 바 있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2015년 WBSC 프리미어12 금메달도 목에 걸었다. 2015, 2016년에는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도 수상했다.

 

정든 잠실 그라운드를 마지막으로 누빈다. 이날 김재호는 경기 전 팬 사인회와 시구, 하이파이브 이벤트, 클리닝타임 기념패 전달, 경기 후 본행사까지 성대한 은퇴식을 치를 예정이다. 이 특별한 하루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그는 “굉장히 긴장된다”며 특유의 서글서글한 미소를 건넸다.

 

다음은 김재호와의 일문일답.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Q. 은퇴식을 앞둔 소감은.

좋다(웃음). 선수 때 루틴을 다시 맞추는데 힘 썼다. 오늘 운전하면서도 ‘왜 이렇게 심장이 떨리지’ 생각이 들더라. 선수로 돌아가니까 확실히 긴장됐다.

 

Q. 조성환 감독대행은 선발 출전을 발표하며 ‘교체 시기를 정해두지 않았다’고 했다.

어떻게 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선수 기용은 조 감독대행님의 권한 아닌가. 끝까지 뛰라고 하시면 끝까지 뛸 것이다(웃음).

 

Q. 잠실 그라운드를 밟게 됐다.

긴장 엄청 많이 하고 있다. 오랜만에 좋은 땅에서 야구를 한다. ‘갑자기 실책하면 어떡하나’ 그런 부담감도 든다.

 

Q. ‘선수 김재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 같다. 선수 생활을 돌이켜 보면 좋았던 시기보다 그렇지 못했던 기억이 더 길었다. 그럼에도 좋았던, 그 짧은 시간들이 내가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힘든 시간에 겪었던 그 마음들 역시 큰 재산이다. 다들 야구를 통해서 인생을 배운다고 한다. 나도 많은 걸 깨닫고 또 배웠다. ‘21년, 참 좋았던 야구인생이었다’고 기억하겠다.

 

Q. 오늘 야구장에 오면서 본인의 유니폼이 자주 눈에 들어왔을 듯싶다.

팬들께 사인 못 해드려 죄송한 마음이 크다. 마음 같아서는 다 해드리고 싶었다. 스케줄이 워낙 빡빡해서 어려웠는데, 너무 감사하다. 은퇴를 하고 나서야 많은 팬들께 사랑을 받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잠시 잊고 있었던 기억이 났다. 선수 때는 ‘나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인기가 없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은퇴 이후 댓글들을 보면서 ‘김재호의 야구를 많이 사랑해주셨구나’를 알게 됐다.

 

사진=스포츠월드 김종원 기자

 

Q. 한 시즌 동안 밖에서 바라본 ‘친정’ 두산은 어땠나.

공교롭게 내가 나간 뒤 성적이 안 좋았다. 나 또한 약간의 책임감이 들었다. 무거운 마음이 있었다. 두산이 매년 가을야구를 했고, 사람들도 (그에 따른) 기대가 크다. 이제는 현실을 생각해야 할 때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Q. 후배 유격수들에게 바라는 점이나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

이제부터 시작인 것 같다. 그 선수들이 경쟁을 해서 그 자리를 쟁취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떤 선수가 독한 마음을 품고 그 자리를 가져가느냐 그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루하루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어떻게 하면 내가 정말 후회 없이 성공할 수 있을지’ 고민했으면 좋겠다. 인생은 한 번뿐이니까, 후회를 남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Q. 조 감독대행은 ‘김재호처럼 훈련에서 진지하게 하는 선수를 아직까지도 본 적이 없다’고 칭찬했다.

100% 동의한다(웃음). 남들이 봤을 때 나를 향해 ‘노력을 안 한다’고 할 수도 있다. 내 생각은 다르다. 노력은 단순히 많이 한다고 하는 게 아니다. 선수 본인이 얼마만큼 생각을 하고, 스스로 느끼는지가 중요하다. 나는 현역 시절 코치도 아니고, 후배들에게 말로 가르쳐주기 어려워 행동으로 보여주려고 했다. 그렇기에 그런 기회가 되는 훈련 때 더 진지하게 임하면서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Q. 수많은 우승과 영광의 순간이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2015년 우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리 팀에 있어 KS 정상에 오른 건 당시 14년 만이었다. 내 경우에도 아마추어 때부터 초창기 이후로는 우승을 해본 적이 없었다. 프로에 와서도 계속 그랬다. 심지어 좋은 멤버들과 함께 2위를 해보기도 했다. 그래서 정말 해보고 싶었다. 2015년 때 흘린 행복의 눈물은 그간의 눈물을 보상하는 차원이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Q. 향후 지도자 변신 계획도 궁금하다.

물론 있다. 야구선수라면 지도자로 해보고 싶은 위치가 당연히 있다. 어떻게 보면 조금 다른 야구(예능 프로그램)를 하고 있다. 그 속에서도 배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선배 옆에서 많이 보고 배우면서, 지도자로 가기 전까지 잠깐 배우는 단계라고 보고, 지금의 위치에서 더 성장하겠다.

 

Q. 이날 시구에는 21년 동안 함께 고생했던 가족들이 함께한다.

일단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정말 많은 실망을 드리기도 했고, 그 뒤에는 변한 모습과 함께 효도라는 것도 할 수 있었다. 바르게 자랄 수 있던 건 부모님의 역할이 컸다. 아버지 덕문에 야구를 할 수 있었는데, 은퇴식을 못 보여드린 게 가장 마음에 걸린다. 결혼 후 마음고생이 심했던 아내에게도 고마운 마음이다. 선수가 받는 스트레스가 많기 때문에 가정에는 늘 이기적인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 시간을 묵묵하게 잘 지켜줬다. 앞으로 더 잘하고 싶다.

 

Q. 은퇴행사에 눈물이 날 것 같나.

안 흘릴 것이다(단호하게). 말로는 ‘눈물 흘리지 않겠다’고는 하는데, 모르겠다. 어떤 감정이 들지 모르겠지만, 약간 울 것 같기도 하다. 안 울었으면 좋겠다.

 

Q. 김재호의 인생에서 ‘두산 베어스’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

처음 나를 선택해 준 팀이다.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는 내가 선택한 팀이다. (이 팀을 택한 데) 후회는 없다. 많은 추억을 주었고, 좋은 선수들을 만나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런 팀이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기억에) 남을 듯싶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