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습 번트까지도 생각하고 있었죠.”
팽팽했던 명품 투수전. 경기 내내 한 치 양보 없는 접전을 벌였다. ‘에이스’ 코디 폰세가 나섰음에도 쉽사리 앞서가지 못했다. 균형을 깨뜨린 주인공은 내야수 노시환(한화)이다.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2025 신한 쏠뱅크 KBO리그’ 원정경기서 9회 초 시원한 한 방을 선보였다. 승리를 부르는 결정적인 홈런이었다. 노시환의 홈런에 힘입어 한화는 2-1 1점차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1위 자리를 견고히 다졌다. 시즌 성적 47승2무33패 중이다.
이날 노시환은 6번 및 3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줄곧 4번 역할을 맡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그림이다. 올 시즌만 하더라도 91경기 중 78경기에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타석으로만 보면 전체 96%(308타석 중 296타석)에 달한다. 다만, 페이스가 좋지 않다. 앞선 10경기서 타율 0.179 등에 그쳤다. 직전 경기였던 대전 NC전에서도 5타수 무안타로 고개를 숙였다. 경기 전 김경문 한화 감독은 “(노)시환이가 좀 더 (마음) 편하게 쳤으면 해서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아직은 완전한 컨디션이 아닌 듯했다. 세 번의 타석서 모두 빈손으로 돌아섰다.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4번째 타석서 드디어 방망이가 폭발했다. 1-1로 맞선 9회 초였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서 타석에 들어선 노시환은 상대 두 번째 투수 조영건을 마주했다. 볼카운트 2B-1S서 4구를 공략했다. 145㎞짜리 직구였다. 몸 쪽으로 깊숙하게 들어오는 타구를 제대로 받아쳤다. 그대로 담장을 넘겼다. 시즌 16호. 지난 1일 대전 NC전에 이어 3경기 만에 맛본 손맛이었다.
노시환은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 중 한 명이다. 2023시즌 31번의 아치를 그리며 홈런왕에 등극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노시환은 이날 희생번트까지도 각오하고 있었다. 노시환은 “9회 초 선두타자가 (5번) (채)은성 선배님이시지 않았나. 살아나가면 기습적으로 번트를 대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배님이 (범타로) 아웃됐다. 남은 것은 큰 것 하나밖에 없지 않나. 삼진을 먹더라도 과감하게 돌려보자 싶었는데 이렇게 홈런이 나왔다”고 웃었다.

담담하게 말했지만 맘고생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홈런 페이스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기복이 컸다. 깊은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82경기서 타율 0.228를 기록했다. 노시환은 “할 수 있는 것은 다해봤다”고 털어놨다. 결론은 ‘연습’이다. 노시환은 “안될 땐 뭘 해도 안 되더라. 선배님들에게 물어보니 ‘옛날 생각에 젖어있지 말라고 하더라. 과거와 나는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나만의 것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마음을 더욱 단단히 먹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전반기가 아쉬웠던 만큼 후반기 더 집중한다. 팀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모두의 힘이 하나로 모인 덕분이다. 한화가 가을야구 무대에 오른 것은 2018시즌(정규 3위) 이후 처음이다. 순위를 지킨다는 게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노시환은 “감독님께서 항상 우리는 가을야구가 목표가 아니라, 1위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면서 “후반기엔 나로 인해 이기는 경기가 많아졌으면 한다. 오늘처럼 이런 어려운 경기를 잡으면 분위기도 더 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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