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드시 팬들을 가을 잔치에 초대하겠습니다.”
빈말이 아니었다. 개막 직전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김경문 한화 감독은 가을야구를 약속했다. 전반기 막바지에 접어든 시점, 김 감독은 착실하게 약속을 지켜가고 있다. 가을야구 진입뿐 아니라 우승까지 바라볼 수 있는 페이스다. 한화는 전신 빙그레 시절인 1992년 이후 33년 만에 12연승을 내달리는 등 순위권 상단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다. 이 중심에 김경문 한화 감독과 양상문 투수 코치가 있다.
지난해 6월, 김 감독은 6년 만에 프로 현장에 복귀해 성적 부진에 허덕이던 한화의 지휘봉을 잡았다. 지난 시즌 가을야구 진입에 실패했지만 5할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하며 희망을 띄웠다. 매번 믿음과 의심을 반복하던 한화 팬들에게 기대감을 갖게 했다. 제대로 치르는 첫 시즌, 기대감은 신뢰로 변모하고 있다. 선수 개개인의 장점을 살리고, 적재적소에 선수를 기용하는 ‘용병술’이 빛을 발한다. 과거 말뿐이었던 ‘팀워크’는 뜨거운 분위기로 피부에 와닿는다.
감독의 무덤에서 당당히 웃음을 짓고 있다. 한화는 올 시즌 초반 타격 부진으로 10위권까지 추락했으나, 4월 중순부터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빙그레까지 소환하며 단숨에 선두까지 올라섰다. 리그 최고라 불릴 정도인 5선발을 자랑하고 김서현 등이 버티는 불펜도 탄탄하다. 타선에선 신구조화를 이룬다. 문현빈, 황영묵이 자리를 잡고 베테랑 채은성 등이 중심을 잡는다.

‘노장’ 감독의 우려를 지웠다. KBO리그 최고령 사령탑으로 자녀보다 어린 선수와의 세대 차이가 걱정되는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먼저 선수들의 마음에 노크를 하며 벽을 허물었다. 부임 첫날부터 2004년생 김서현을 비롯한 선수와의 식사 면담을 진행하면서 적극적으로 다가간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7월 김서현이 부진하자 직접 전화해 “잘하고 있으니 자신감 있게 던져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결국 김서현은 시즌 초 마무리로 보직을 옮긴 뒤 1.5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새내기답지 않은 구위를 보여주고 있다. 성장한 독수리는 김서현만이 아니다. 김 감독은 5선발 안정화를 위해 차세대 에이스 문동주의 페이스도 조절 중이다. 다시 흐름을 잡을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사령탑의 뒤를 든든하게 받치는 60대 코치들도 있다. 지난해 7월 김 감독은 양승관 수석코치와 양상문 투수코치를 불러들였다. 60이라는 숫자가 증명하듯 경험이 풍부하다. 양승관 수석코치는 1991년부터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인하대, 키움, NC 등에서 지도자 경험을 쌓았다. 양상문 투수코치는 이력이 더 남다르다. 롯데와 LG의 감독을 맡았고 LG에서는 단장도 경험했다. 감독을 하다 다른 팀 코치로 들어가는 케이스가 늘고 있으나, 감독과 단장을 모두 거쳐 코치로 컴백한 것은 양상문 투수코치가 최초다.

특히 KBO리그 최고 5선발이라는 한화 투수진 구축에 양상문 투수코치의 공이 컸다. 양 코치의 뛰어난 지도력에 더해진 따뜻한 마음은 투수진 성장에 불을 붙였다. 코치직을 맡은 후 투수 모두에게 손편지를 쓴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꾹꾹 눌러 담은 한 자 한자는 선수들의 가슴에 각인돼, 땀과 함께 그라운드 위에 새겨졌다.
한화 관계자는 “코칭스태프의 경험치에 기대도 있었지만,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의심은 지운지 오래다. 구단은 현장의 의견을 적극 존중한다. 현장 역시 프런트의 권한을 존중해주고 있어 건강한 협력 관계가 이어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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