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프로야구가 빨라졌다. 느릿하고 지루하다는 오명은 이제 과거의 얘기다. 답답함은 사라지고, 속도감이 붙었다. 올 시즌 정식 도입된 피치 클락 제도가 KBO리그의 분위기를 바꿔놓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어느덧 정규리그 일정의 절반이 지났다. 23일 기준 전체 51.3%에 해당하는 369경기를 소화했다. 이 가운데 연장 이닝을 포함한 올 시즌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2분이다. 1998년(2시간59분) 이후 가장 빠른 페이스에 해당한다.
정규이닝(9회)으로만 보면 ‘3시간’의 벽을 깼다. 평균 경기시간 2시간59분을 기록한 것.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010년부터 집계한 16시즌을 통틀어 처음으로 2시간대에 진입했다.
야구계에서는 피치 클락 효과를 강조한다. 투고타저 현상과 연장 11회 축소 진행 등과 함께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심지어 팬들 사이에선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마저 나온다.

피치 클락은 말 그대로 ‘시간 제한’ 강화를 의미한다. 불필요한 시간 지연을 최소화해 더욱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만들기 위해 고안됐다. 그라운드 위 투수와 타자 양측에게 제약이 주어진다.
10개 구단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흐름은 분명하다. 정규이닝과 연장 포함 기준 모두 3시간 안팎으로 경기시간을 가져가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팬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다. “덜 지루하다”고 반기고, “중간에 이탈하지 않아도 된다”고 호응한다. 무엇보다 콘텐츠 제작 측면에서도 중계편성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하이라이트 편집이 한층 유연해졌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대에 맞는 ‘템포 빠른 스포츠’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려 가득했던 현장의 시선도 점차 누그러지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도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결국 적응하고 있다. 오히려 루틴이 단순해지면서 경기 집중력이 높아졌다는 반응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세부적으로 다듬어야 할 부분이 있다는 지적 역시 나온다. 심판진의 피치클락 지연 경고 관련 이슈가 주로 꼽힌다. KBO는 올 시즌 개막 직전 이와 관련 세부 조항을 도입했다. 투수가 피치클락 잔여 시간을 이용해 고의적으로 경기를 지연시킨다고 판단되면 심판이 주의 또는 경고 조치를 할 수 있다.
문제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실제 한화 투수 코디 폰세는 시즌 초부터 수차례 주의를 받고 있다. 지난 22일 대전 키움전에 선발 등판한 폰세는 3회초 2사 주자 1루 상황서 주심으로부터 피치클락 지연 경고를 받았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주어진 시간은 25초. 폰세가 지적받은 시점은 피치클락까지 6초가 남은 상황이었다. 경고를 받은 폰세는 곧바로 투구를 했고, 이때 타석에 있던 키움 임지열은 타석에서 빠졌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구를 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 시간을 줄이려다 오히려 경기가 지연된 셈이다.

규정 자체가 심판의 재량 및 해석에 기초한 만큼, 현장뿐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팬들도 혼란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상황에 따라 마운드 위 투수에게 영향을 준다든지, 경기 흐름에 지장을 준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KBO 관계자는 “(피치클락 도입과 관련해) 선수들과 심판들 사이에 혼선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선수들이 잘 따라주고 있는 덕분에 순항하고 있다”며 “지금은 야구장 분위기 자체가 한결 깔끔해지고, 팬들도 반기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피치클락을 정식으로 실시한 첫 시즌이다. 시행착오를 거쳐 더 발전해야 한다. 사무국과 심판진 모두 누적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규정을 재검토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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