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장 눈앞에 찍히는 숫자보다, 144경기 장기 레이스에 맞춘 큰 그림을 바라본다.
프로야구 LG는 올해 2년 만의 왕좌 복귀를 조준한다. 개막 후 가장 오래 1위 자리를 지킨 팀이다. 하지만 호적수 한화의 등장이 순항을 가로막는다. 지난 15일 맞대결에서 패하며 33일 만에 단독 1위를 내어주기도 했다. 고지전의 연속, 자꾸만 순위표로 눈이 갈 수밖에 없다.
초조해질 법하다. 하지만 염경엽 LG 감독은 ‘천천히’를 되새긴다. “지금 순위는 아무 의미 없다. 중요한 건 7~8월이다. 그때 100% 전력으로 달려나가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본격적인 무더위 속에서 펼쳐질 후반기 순위 싸움에 방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미다.
벌써 선발투수 관리에 들어갔다. 이미 지난 11일에 좌완 손주영을 말소했다. 지난달 막판 2연속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빚다가, 이달 들어 살짝 주춤하는 흐름을 좌시하지 않았다. 지난 4일 NC전 5이닝 4실점, 10일 SSG전 4⅔이닝 5실점(4자책)으로 2연패에 빠지자 미련없이 그를 엔트리에서 지웠다.
당시 사령탑은 “아파서 뺀 게 아니다. 구속이 조금 떨어졌다. 관리 차원에서 미리 한 턴을 쉰다”며 “(힘들 때) 더 끌고 가기보다는 조금 안 좋을 때 휴식을 미리 주는 게 장기 레이스 측면에서 훨씬 좋을 것 같아서 결정했다”는 단호한 한마디를 건넸다.

끝이 아니다. LG가 자랑하는 ‘국내 1선발’ 임찬규까지 경기가 없던 지난 16일 말소 소식을 전했다. 손주영과 같은 이유다. 염 감독은 “구속이 안 올라오고 있다. 빨리 쉬게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봤다”며 “지금 잘 쉬어야 끝까지 갈 수 있다”는 설명을 건넸다.
장기 레이스에 맞춘 철저한 관리 원칙 아래 쉼표를 찍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임찬규는 올해 14경기 8승2패, 평균자책점 2.61(86⅓이닝 25자책점)을 남기는 에이스다. 직전 등판인 지난 14일 한화전에서도 6이닝 무실점, 시즌 9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까지 펼쳤다. 그럼에도 예외는 없었다.

과감한 행보다. 선두싸움이 한창인 지금, 요니 치리노스-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임찬규-손주영-송승기의 탄탄한 선발 체계를 무너뜨리는 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당장 이번 주만 해도 19~20일 모두 선발진이 빈다. 염 감독의 선택에 자칫 팀 전체 그래프가 내려갈 수 있는 ‘하이 리스크’가 따른다는 증거다.
그 대신 ‘하이 리턴’을 기대한다. 대체 선발을 활용해 공백을 슬기롭게 대처한다면, 1군 재등록 기간 10일을 채운 손주영과 임찬규가 문제없이 돌아온다. 이들이 힘을 끌어올려 전반기 막판을 마무리하면, 한숨을 돌릴 올스타브레이크가 또 찾아온다. 염 감독이 예견한 후반기 승부처에 온 힘을 집중할 수 있는 판이 깔린다는 의미다. 과감한 선택이 묘수가 되길 기다리는 LG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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