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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든 성배①] ‘성적=안전’ 공식 깨졌다… 감독의 정해진 임기조차 불확실하다

입력 : 2025-06-06 06:00:00 수정 : 2025-06-06 09: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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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두산 감독. 사진=뉴시스

 

박창현 전 대구FC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독이 든 성배(聖杯). 잔은 화려하고 빛나지만 비극적인 결말은 언제든 도사리고 있다. 비정한 승부의 세계에 놓인 프로스포츠 감독에게 적합한 수식어다. 언제든 영광의 자리를 내놓을 각오를 해야 한다. 부진한 성적이 감독의 짧은 수명을 결정짓는 건 기본이다. 최근 들어 팀 방침이나 방향성, 구단 수뇌부의 결정 등 다양한 이유로 사령탑의 살아날 구멍이 더 작아지고 있다. 즉 ‘성적=안전’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는 뜻이다.

 

프로스포츠에서 매년 5∼6월은 ‘악몽의 시기’로 불린다. 추춘제(가을에 시작해 봄에 끝남)로 열리는 프로농구와 배구의 경우 4월 말에서 5월 초 한 시즌을 마무리 짓는다. 시즌이 종료되면 구단들은 짧은 시간 휴식을 갖고 곧바로 다음 시즌 준비에 나선다. 이 시기에 1순위로 결정하는 사안이 바로 감독의 거취다.

 

추춘제(봄에 시작 가을에 끝남)인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의 경우 5∼6월은 페넌트레이스의 3분의 1이 끝나는 시점이다. 강중약 구도가 선명해지는 시기다. 선수 부상 등의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현재 리그 순위표가 막판까지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 시기에 최하위권으로 처지는 구단은 감독 교체 등으로 변화를 주는 것이 보통이다.

 

실제 지난 2일 자진 사퇴한 이승엽 전 두산 감독이 대표적이다. 현역 시절 ‘국민타자’로 불리며 KBO리그의 최고 레전드 타자로 불렸지만 임기 3년의 마지막 해를 허무하게 마쳤다. 취임 첫해였던 2023년과 이듬해인 2024년 연속으로 팀의 가을야구를 이끌었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부터 내내 팀이 하위권에 머물자 결국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프로축구 K리그1에서도 최하위 대구FC는 최근 박창현 전 감독이 물러나고 김병수 신임 감독을 선임했다. 박 전 감독 역시 지난해 4월말 최원권 전 감독이 물러나고 소방수로 지휘봉을 잡은 바 있다. 최근 2년새 3명의 감독이 이 시기에 교체됐다.
 

부진한 성적표만이 경질의 사유는 아니다. 최근 구단 내부 철학이나 운영 방식 등의 이유로 감독과의 결별이 이어진다. 이에 프로농구계는 살벌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시즌 종료 직후 10개 구단 중 절반인 5개 팀에서 감독을 교체했다.

 

조동현 전 현대모비스 감독. 사진=뉴시스
송영진 전 KT 감독. 사진=뉴시스

2023∼2024시즌 KCC에 13년 만의 우승을 안긴 전창진 감독, 현대모비스의 3년 연속 봄 농구를 이끌고 지난 시즌 처음으로 4강 플레이오프(PO)를 지휘한 조동현 감독은 구단과의 재계약에 실패했다. 심지어 2023∼2024시즌 KT의 준우승을 이끈 송영진 감독은 올 시즌 팀을 4강 PO에 올려놓고도 경질됐다. 이럴 때마다 구단은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우승을 달성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미래지향적인 입장을 내놓지만 거꾸로 감독들은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MZ세대의 등장, 감독보다 연봉이 높은 선수들의 대거 등장으로 역수직 문화가 생겨 지휘에 애를 먹기도 한다. 비판적인 여론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저조한 경기력은 물론 팀이 연패라도 빠지면 각종 커뮤니티에는 비판이 쏟아진다. 감독의 전략과 전술을 조목조목 따지기까지 한다. 수천명에서 수만명의 팬이 그라운드에 서 있는 감독을 향해 “나가라”며 대놓고 질타한다. 대외적인 이미지를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구단은 여론의 눈치를 살피게 되고 결국 응급 처방으로 감독 경질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다.

 

한 스포츠 관계자는 “팬들이 비판하면 구단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여기에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면 구단은 따라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떨어진 감독의 위상이 올라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프로스포츠 감독에 대한 값어치를 너무 쉽게 바라보고 있다. 자기 철학을 가지고 지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어 “훌륭한 감독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감독에 대한 존중이 더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수 기자 kjlf200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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