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유발 입담에 공연장 북적
'부캐' 내세운 김대희·이수지 등
토크쇼·풍자 연기로 인기몰이

공개 프로그램의 인기가 저물자 코미디가 더 이상 방송국의 전유물이 아닌 공연장과 유튜브 등으로 무대를 옮기고 있다. 서울 홍대, 대학로를 중심으로 라이브 코미디 공연장에는 매주 관객이 찾아 웃음을 나누고 있고,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부캐릭터 중심의 상황극, 짧은 콩트, 자신만의 화법이 담긴 토크 콘텐츠 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플랫폼 이동을 넘어 한국 코미디 생태계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읽힌다. 익숙한 형식의 공개 코미디가 아닌 진정성 있는 이야기와 날카로운 풍자, 젊은 세대의 정서에 맞춘 콘텐츠가 대세로 떠오른 것이다. 과거에는 방송사에 입성하는 것이 꿈이었던 개그맨들도 이제는 직접 무대를 만들고, 유통 채널을 운영하며 관객과 소통을 원한다.
2일 공연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는 코미디 전용 공연장이 10여개 존재한다. 대표적인 공연장 중 하나인 메타코미디클럽 홍대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해있다. 2023년 12월 문을 연 이 공연장은 스탠드업 코미디와 만담 공연이 정기적으로 열린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코미디언이 혼자 무대에 올라 입담 하나로 관객을 웃기는 장르, 미국에서는 가장 주류가 되는 코미디쇼다. 국내에서도 조금씩 입지를 넓혀가며 새로운 형태의 코미디 문화로 주목받고 있다. 만담은 흔히 예전 장소팔과 고춘자 시절까지 거슬러 갈 수 있는 장르로, 주로 2명의 코미디언이 유머를 주고받는 식이다.
과거 방송 코미디의 주류는 짜인 콩트였지만, 지금은 짜 맞춘 합이나 연기보다 자연스럽고 진솔한 입담이 더 주목받고 있다. 요즘 젊은 관객은 작위적인 설정보다 이야기하는 사람 자체의 매력에 웃고 공감한다. 때문에 코미디 공연장은 무대가 열릴 때마다 문전성시다. 메타코미디클럽 홍대는 공연이 열리는 날이면 100석이 대부분 매진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방송에서 웃음을 선사하던 코미디언이 스탠드업 코미디로 발길을 돌리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tvN 코미디 빅리그의 시그니처 캐릭터인 두꺼비 아저씨로 유쾌함을 전했던 이상준은 3일 일산 MBC드림센터에서 스탠드업 코미디쇼: 이상준쇼를 연다. 웹예능 방송 기반의 공연이긴 하지만 개인으로 스탠드업 코미디를 도전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공개 코미디 부재 후 개그맨들이 가장 많이 이동한 무대는 바로 유튜브다. 부 캐릭터를 만들어 개그감을 뽐내거나 합이 맞는 동료끼리 함께 채널을 개설해 다양한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숏박스, 피식대학, 꼰대희 등이 대표적이다.
숏박스와 피식대학은 지상파 공채 개그맨 출신의 젊은 코미디언들이 중심이 돼 제작하고 있다. 숏박스는 장기 연애 커플이나 남매 사이의 에피소드 등 짧고 일상적인 상황극을 통해 대중의 공감을 얻었고, 피식대학은 산악회, 1990년대 분위기 등 다양한 배경 설정 속에서 시대감 넘치는 캐릭터 플레이로 인기를 끌었다. 이들로 하여금 부캐 열풍이 불면서 TV가 아닌 다른 플랫폼에서도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꼰대희는 KBS2 개그콘서트의 터줏대감으로 있던 김대희가 호스트인 채널이다. 개콘 시절 선보였던 대화가 필요해라는 코너를 설정으로 밥 묵자라는 유행어를 말하며 게스트와 토크쇼를 진행한다. 현재는 구독자 186만명의 인기 채널이다.
이수지는 핫이슈지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점을 보러 온 사람에게 독설을 쏟아내는 백두장군, 부기를 빼 준다는 음료부터 효소·괄사·연잎밥 등을 공구(공동구매)하는 슈블리맘, 고가의 패딩을 입고 아이를 영어 유치원에 데려다주는 제이미맘 등이 이 채널에서 탄생했다. 현실을 풍자적으로 녹여낸 인물들로, 날카로운 시선과 개성 있는 연기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K-코미디는 더 이상 TV 속 정해진 틀 안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작은 공연장 무대 위,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시대는 바뀌었고 웃음의 방식도 진화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공감시키느냐다. 플랫폼이 달라졌을 뿐, 웃음에 대한 사람들의 니즈는 여전히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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