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성(LA 다저스)이 ‘바늘구멍’만한 틈을 비집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다저스는 19일(한국 시간) 베테랑 유틸리티 크리스 테일러를 지명양도(DFA)로 방출했다. 발목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던 토미 에드먼이 복귀하면서 빅리그 로스터 한자리 정리가 필요했던 상황이다. 구단의 결정은 테일러였다. 최근 물오른 타격감을 뽐내고 있는 김혜성의 경우 빅리그 생존에 성공, 계속해서 기량을 뽐낼 기회를 마련했다.
이번에 방출된 테일러는 MLB에서 12년 뛴 경력을 지녔다. 통산 1093경기를 뛰어 타율 0.250(3387타수 846안타) 108홈런 433타점 89도루를 기록했다. 특히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2016년부터 10년 동안 활약했다.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과 외야 3곳을 두루 오갈 수 있어 전천후 활용도가 높았다.
2020년, 2024년 월드시리즈(WS) 우승의 순간도 함께했다. 내셔널리그(NL) 올스타로도 한 차례(2021년) 선정된 바 있다. 김혜성과는 유틸리티 자원이란 점에서 경쟁 구도를 그렸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에이징 커브 여파를 피하진 못했다. 35세를 맞이한 올 시즌 28경기 출전, 타율 0.200(35타수 4안타)에 그쳤다. 최근 2년 OPS(출루율+장타율)는 115경기 동안 0.580이다.

반면 김혜성은 지난 4일 빅리그 승격 후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입지를 재빠르게 다졌다. 역대 28번째 한국인 빅리거다. 물론 순탄했던 건 아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다저스와 3+2년 총액 2200만 달러 계약을 맺었지만, 경쟁에 밀린 끝에 마이너리그에서 개막을 맞기도 했다.
시범경기 때부터 타격폼 수정에 나섰고, 다저스 산하 트리플A 구단인 오클라호마시티 코메츠서도 담금질을 거친 그는 오매불망 기다렸던 무대에서 망설임 없이 배트를 내고 있다. 올 시즌 14경기에 나서 타율 0.452(31타수 14안타) 1홈런 5타점 3도루(0도루실패) 호성적을 작성한 것. 특히 15일 애슬레틱스전부터 시작해 9타석 연속 출루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2015년 코리 시거(현 텍사스 레인저스)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다저스 구단 신인 선수 역대 최다 연속 출루 타이기록에 해당한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김혜성의 빅리그 생존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테일러와 결별을 택한 다저스는 현재 결장 중인 외야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복귀 이후에도 김혜성을 로스터에 유지시킬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현시점 벤치 좌타 자원이 부족한데, (왼손 타자인) 김혜성과 포수 달튼 러싱 등이 타선의 균형을 맞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김혜성의 당면과제는 ‘플래툰 시스템’ 극복에 있다. 연이틀 상대 팀에서 좌완 투수가 스타팅으로 나서자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다저스는 18, 19일 에인절스전에서 각각 타일러 앤더슨, 기쿠치 유세이와 맞섰고, 이 점을 감안해 김혜성의 2경기 연속 벤치 출발로 이어졌다. 향후 적은 기회라도 좌우를 가리지 않고, 보다 폭 넓은 매력을 보여주는 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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