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단은 뛰는데, 지자체는 제자리다.
“한화가 대전을 떠날 수도 있다.” 2022년 3월,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취임식서 작심발언을 던졌다. 한화는 대전을 상징하는, 초 히트상품이다. 연고지를 중심으로 한 충성도 높은 팬들이 많다. 한화가 다른 곳으로 향한다는 것은 상상조차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유가 있었다. 새 야구장(대전 한화생명 볼파크·2025년 개장) 건립을 두고 갈등을 빚은 까닭이다. 당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신축 건립에 물음표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현재 한화가 선두 경쟁을 펼치며 연일 만석을 기록하고 있는 열기를 빗대어 보면, 당시 왜 갈등을 빚었을까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시간이 지났지만 구단과 지자체의 불협화음은 여전히 존재한다. NC창원파크를 둘러싼 프로야구 NC와 창원시의 대립이 대표적이다. NC의 홈구장인 NC창원파크는 지난 3월 말 인명사고가 발생한 뒤 멈춰 섰다. 대대적인 구장 시설 점검과 더불어 후속 안전조치까지 마쳤음에도 이렇다 할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다. 창원시와 창원시설공단 수장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문제 해결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고, 주무처인 국토교통부 역시 이렇다 할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

그 사이 NC의 부담은 가중됐다. 한 달 넘게 떠돌이생활을 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추가 비용이 투입된 데다 경기 일정 역시 꼬였다. 일각에선 리그 파행을 우려하기도 했다. 결단을 내렸다. 울산시의 도움을 받아 문수구장을 임시 대체 홈구장으로 사용하기로 한 것. 손 놓고 지켜보던 창원시는 그제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했다. NC 발표 하루 만에 “18일까지 정비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민을 전면에 앞세워 조속한 재개장을 촉구하기도 했다.
프로스포츠와 지역사회는 떼려야 뗄 수 없다. 지역을 홍보하는 대표적인 수단인 동시에, 경제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프로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대부분 구장이 지자체 소유다. 창원NC파크 역시 마찬가지. NC는 앞서 창원시와 장기 임대를 계약을 체결했다. 건립에 투자한 100억원을 포함해 25년간 총 330억원을 낸다. 거액을 내고도 셋방살이하는 것도 모자라, 사사건건 눈치를 봐야 한다. 그러면서도 사고에 대한 제대로 된 피드백조차 받지 못했다.

매번 을(乙)의 위치였던 구단들의 인내심도 조금씩 바닥이 나고 있다. 일례로 프로축구 강원FC는 시즌 내내 춘천시와 대립각을 벌이고 있다. 올 하반기 예정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홈경기를 치르기 위해선 규정(국제공항으로부터 200㎞ 이내) 상 춘천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을 활용해야 하는 상황. 비용과 시설이용 등과 관려해 양측이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반박과 재반박 끝에 가까스로 합의에 이르렀지만 분위기가 싸늘하다.
스포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프로 구단을 유치하고자 하는 지자체들의 움직임이 많아졌다. 성남시의 경우 성남종합운동장을 야구 전용 구장으로 개조해 2028년부터 프로야구 경기를 개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문제는 얼마나 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뛰어드는 지다. 단순히 구장을 빌려주는 것 이상의, 구체적인 청사진이 있어야 상생할 수 있다. 매번 선거철마다 달라지는 지자체의 손익 계산서, 지역경제를 넘어 한국 스포츠의 발전을 막는 장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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