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대편 코칭스태프에게 삿대질을 하고 욕설을 퍼붓는 장면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일파만파 퍼졌다. 미디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한국 프로축구 K리그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K리그를 대표하는 두 명가 FC서울과 전북 현대가 격돌했다. 자존심을 건 대결인 만큼 격렬하고 치열한 승부가 펼쳐졌고, 팬들도 환호성을 질렀다. 그런데 이 흥미진진한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볼썽사나운 장면이 나왔다.
후반 15분 전북 김태환이 스로인을 위해 사이드 라인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이내 서울 코칭스태프가 볼을 들고 김태환에게 다가가 볼을 억지스럽게 전했다. 이 과정에서 언쟁이 일어났고, 급기야 심판까지 다가와 말리는 상황으로 번졌다. 심판은 서울 코칭스태프에게 주의를 줬다. 이때 김태환은 심판 뒤에 서서 서울 코칭스태프에게 삿대질을 하고, ‘XX’이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양측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서울 스태프 입장에서는 0-1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가 빠르게 진행되길 바라는 마음에 자리까지 이탈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김태환 입장에서도 충분히 역시 기분이 상할 수 있다. 분명 경기장에서 나와선 안 될 장면이다. 다만 승패가 갈리는 승부의 세계에선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김태환은 경기 후 “어떤 스태프인지는 모른다. 너무 존중이 없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김태환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대편 스태프에게 삿대질을 하고 욕설을 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미디어를 통해 ‘존중’이라는 단어로 상대를 저격했다.

당시 장면은 현장을 찾은 팬들의 휴대폰 영상에 그대로 담겼고, 삽시간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일파만파 퍼졌다. 특히 김태환은 심판이 FC서울 스태프에게 주의를 주고 있는 와중에 심판의 뒤에 서서 상대를 계속해서 비난했다.
지난 5일 어린이날에 열린 K리그 현장에서도 논란의 장면이 나왔다. 광주FC는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김천상무와의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그런데 경기 종료 후 이정효 광주FC 감독이 화가 난 듯 뛰쳐나와 이날 결승 페널티킥 골을 넣은 미드필더 오후성에게 강하게 질책했다. 급기야 양손으로 강하게 밀치기까지 했다.

이 감독은 오후성의 약속된 움직임에 대해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오후성 역시 “내가 잘못한 일이다. 감독님에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결과에 따라 선수와 팀의 운명이 걸린 승부의 세계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 장면 역시 고스란히 TV 중계방송 화면에 잡혔고, SNS를 통해 퍼지고 있다. 이 장면은 혹 어린이들에게 ‘결과를 위해서라면 폭력적인 행동도 괜찮다’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우리는 미디어의 세상에 살고 있다. 2000년대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뉴 미디어가 급속도로 발전해 현재는 소셜 미디어의 시대로 진화했다. 누군가의 일거수일투족을 몇 초면 영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시대다. 세상의 모든 비즈니스가 이 흐름을 따른다. 선수도 구단도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 않은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다. K리그도 마찬가지다. 그라운드에서 행동하는 하나하나가 모두 영상을 통해 세상으로 퍼진다. 팬들의 관심과 지갑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프로 스포츠의 경우 이러한 시대 흐름에 적응하고 반응해야 한다. 선수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대 스태프에게 삿대질과 욕설을 하고, 감독이 선수를 밀치는 장면이 나와서는 안된다. 이것이야 말로 내 얼굴에 침 뱉기다.
팬들은 단순히 경기만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고, 영상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 프로야구 KBO리그에서 나온 흥미로운 장면이 대표적인 예다. 두산 김재환이 홈런을 터트리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박석민 타격 코치는 기다렸다는 듯이 김재환을 업고 더그아웃을 돌았다. 이 장면은 TV 중계방송을 통해 퍼졌고, 이후 각종 SNS를 통해 큰 화제가 됐다. 더그아웃에서 나오는 선수들의 행동 하나하나에도 큰 관심을 보인다. 이런 부분이 하나하나 모여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첫 ‘천만 관중’ 시대를 연 것이다. 세계 최고로 불리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선수가 마이크를 차고 그라운드에 들어가 상대 선수와의 대화나 경기 중 발생하는 상황을 중계방송 화면을 통해 그대로 전달한다. 이 모두가 팬을 위한 것이다.
이제 경기만 보는 시대는 지났다. 뉴 미디어,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선수들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전파를 타고 있으며, 이 장면을 본 팬들은 열광한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축구하기도 바쁜데 그런 것까지 신경 써야 되니’라고 치부한다면, K리그는 결국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