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편의 대역전 드라마가 쓰여졌다. 영웅군단의 의지는 그만큼 강력했다.
프로야구 키움은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와의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 맞대결에서 11-10 승리를 거뒀다. 짜릿한 뒤집기 승리와 함께 5연패 위기에서 벗어났고, 시즌 13승(27패)을 신고하는 데 성공했다.
패색이 짙었던 경기다. 선발 케니 로젠버그가 5⅓이닝 5실점(4자책점)으로 KIA 황동하(5이닝 1실점)와의 선발 싸움에서 판정패했다. 키움은 6회말 2득점과 함께 3-5로 호랑이 꽁무니를 쫓았으나, 8회초 5점짜리 빅이닝을 헌납하며 동력을 잃는 듯했다. 특히 KIA 김도영의 3타점 2루타가 터지며 3-10 스코어가 완성된 순간, 경기에는 쐐기가 박힌 것처럼 보였다.
포기는 없었다. 그러자 8회말에 기적이 펼쳐졌다. KIA 좌완 불펜 최지민의 제구 불안을 틈타 송성문과 최주환이 모두 볼넷으로 출루했다. 야시엘 푸이그가 바뀐 투수 김건국을 상대로 안타를 뽑으면서 무사 만루 밥상이 깔렸다. 루벤 카디네스의 땅볼에 홈에서 선행 주자가 죽었지만, 임병욱이 중전 적시타로 4-10을 만드는 첫 단추를 뀄다.

첫 번째 변곡점이 그때 터져나왔다. 타석에 선 김태진이 일을 냈다. 김건국의 초구 시속 149㎞짜리 패스트볼을 그대로 맞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5m의 그랜드슬램을 폭발 시킨 것. KIA 소속이었던 2021년 9월26일 광주 SSG전에서 딱 번 만루홈런을 맛봤던 김태진은 이번 아치와 함께 잊을 수 없는 2번째 기억을 새겼다. 점수 차도 순식간에 8-10으로 변하면서 경기는 안갯속으로 들어갔다.
KIA는 부랴부랴 필승조 조상우를 투입했다. 하지만 제구 불안 속에 2사 1·2루가 만들어졌다. 마무리 정해영까지 조기 투입됐지만, 그마저도 송성문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판이 다시 만루까지 번졌다.
두 번째 변곡점이었다. 3회말 적시 2루타로 타점 맛을 봤던 최주환이 등장했다. 그리고는 정해영의 3구째 147㎞ 패스트볼을 잡아당겼고, 타구는 우측 선상을 타고 흘렀다. 3명의 주자가 모두 홈을 밟기 충분한 타구. 최주환은 이 싹쓸이로 개인 통산 700타점까지 챙겨갔다. 키움의 기적 같은 8득점 드라마는 그렇게 쓰여졌다.

역전 결승타를 때려낸 최주환은 주먹을 불끈 쥐며 더그아웃을 향해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을 쏟아내기도 했다. “원래도 승부욕이 센데, 오늘은 절대 지고 싶지 않은 경기였다”는 그는 “안타를 치고 WBC에서 이종범 코치님이 하셨던 것 같은 세리머니가 나도 모르게 나왔다. 초록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했는데, 동료들이 기뻐하는게 유독 잘 보였다. 오랜만에 정말 기분 좋은 승리”라고 함박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어 “상대가 또 작년 디펜딩 챔피언이기도 했다. 강팀을 상대로 이렇게 이길 수 있어야 반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연패 때문에 분위기가 처졌는데, 타자들이 집중력을 끌어올리면서 좋은 결과가 이어질 수 있었다”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대역전을 빚은 키움은 하루 휴식 후, 오는 9일부터 1위 한화와의 3연전을 치른다. 최주환은 “한화가 지금 워낙 좋은 팀이다. 또 들리기로 폰세 선수 공이 정말 좋다고 들었다. 하지만 좋은 건 좋은 거다. 지금처럼 싸워보고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더 강하게 한번 부딪혀 보고 싶다”며 남다른 전투 의지까지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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