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인군단의 기둥이다.
우완 투수 박세웅(롯데)의 2025시즌, 완전한 ‘안경 에이스’ 모드다. 초반 흐름이 심상치 않다. 7일 현재 8경기에 나서 7승1패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 중이다. 승률이 무려 0.875에 달한다. 다승 부분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시즌 첫 경기였던 3월 23일 잠실 LG전서 5이닝 4실점(4자책)으로 부진했지만 이후 속도를 높였다.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역시 다섯 차례 작성했다. 연승은 잇고 연패는 끊어주는, 확실하게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이대로라면 통산 네 번째 두 자릿수 승수는 물론, 개인 한 시즌 최다승 신기록까지도 노려볼 만하다. 박세웅은 2017시즌 12승(6패)을 신고한 바 있다. 당시 전반기(17경기)에만 9승을 올리며 쾌조의 출발을 보인 바 있다. 올해는 페이스가 더 좋다. 사령탑조차 박세웅의 기세에 주목했을 정도. 생애 첫 타이틀 홀더에 도전할 만하다. 롯데의 다승왕 계보를 살펴보기 위해선 2009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조정훈 14승을 올리며 롯데 역대 6번째 다승왕이 됐다.

결과만큼 내용도 좋다. 대표적인 부분이 이닝이다. 박세웅이 가장 신경 쓰는 대목이기도 하다. 벌써 50이닝 가까이(49⅔이닝) 소화했다. 전체 공동 4위, 토종 투수 가운데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평균 6이닝을 책임져주고 있다. 탈삼진 부문도 돋보인다. 경기당 평균 10.87개의 삼진을 잡아내고 있다. 지난달 17일 부산 키움전에선 12개의 삼진을 뺏어내며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새로 작성하기도 했다(종전 기록 2022년 5월 10일 부산 NC전 10개).
박세웅은 프로데뷔 때부터 초특급 유망주로 분류됐다. 2015년 트레이드로 롯데에 둥지를 튼 뒤 꾸준히 기회를 받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도쿄하계올림픽,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등 국제대회에도 다수 출전했다. 누구나 그렇듯 위기도 있었다. 지난 시즌 30경기서 6승11패 평균자책점 4.78 등을 작성했다. 잘 던지다가도 갑자기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강점인 스테미너는 여전했으나, 이닝(173⅓이닝)을 제외한 세부기록서 아쉬움이 남겼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투구 폼에서 미세한 조정을 꾀했다. 수직 무브먼트가 이전보다 훨씬 더 까다로워졌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박세웅은 어린 시절부터 중책을 맡아왔다. 그만큼 책임감이 강하다. 과거엔 너무 잘 던지려는 마음이 크다보니, 오히려 어렵게 경기를 풀어가는 일도 잦았다. 이제는 자신을 믿고, 과감하게 승부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찰리 반즈, 김진욱 등 선발 자원들이 전력에서 이탈해 있는 가운데 박세웅의 존재감은 더 커 보인다. 박세웅의 커리어하이였던 2017시즌, 롯데는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올해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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