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이라 생각한 시점, 에이스답게 살아났다. 여자프로농구 KB국민은행 강이슬이 챔피언결정전을 외친다. 정규리그를 4위로 마친 KB는 1위 우리은행과 플레이오프(PO)에서 치열한 혈투를 벌이고 있다. 세간의 평가는 약세였지만, 보란 듯이 시리즈 전적을 2-2 동률로 맞추고 다시 청주로 돌아갈 날을 꿈꾼다. 챔피언결정전 티켓의 향방이 갈리는 10일 시리즈 최종전을 앞두고 강이슬은 “5차전도 기대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올 시즌 맞지 않는 영점에 머리를 싸맸다. 프로에서 13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강이슬은 여자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슈터다. 3점슛에 능해 스테판 이슬(스테판 커리+강이슬)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올 시즌은 아쉬움 그 자체였다. 3점슛 성공률이 28.7%로 대폭 하락했다. 평균 20분 이상 소화한 11시즌 중 가장 낮은 3점슛 성공률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슛을 시도해봤지만, 떨어진 슛감을 찾기는 마치 하늘의 별 따기였다. PO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3차전 합 3점슛 5개가 전부였다. 강이슬은 “보는 분들도 답답했겠지만, 내가 가장 답답했다”면서 “똑바로 쏴도 안 들어간다. 답답하기도 하고,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답답한 공격을 수비로 메웠다. 강이슬은 PO 4경기서 평균 11.0리바운드를 잡아냈다. 슈터임에도 적극적으로 골밑에 들어가 박스아웃하고, 몸싸움을 이겨 공을 따낸 것이다. 강이슬은 “단기전은 베테랑의 역할이 크다. 경험 있는 선수가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공격에선 효율이 안 나왔지만, 수비나 리바운드는 기복을 줄일 수 있으니까 더 노력했다”며 “내가 우리 팀에서 뛰는 선수 중 키가 가장 크다. 내가 잡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슛이 터지지 않아도 에이스를 향한 무한신뢰는 그대로다. 김완수 KB 감독은 4차전을 앞두고 “(강)이슬이 걱정은 하지 않는다. 이미 수비와 리바운드에서 자기 역할을 다 하고 있다. 여기에 슛까지 쏜다. 언젠가 들어갈 것을 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예은은 “2, 3점 차가 남은 경기 종료 직전이라면 (강)이슬 언니에게 패스할 것”이라며 신뢰를 드러냈다.
믿음에 보답했다. 절벽 앞에 서자 기적처럼 슛감이 살아났다. 강이슬은 지난 8일 청주체육관에서 끝난 우리은행과 PO 4차전에서 3점슛 5방(42%)을 꽂으며 62-61 승리를 이끌었다. 최종 기록은 17점 8리바운드. 특히 김단비 앞에서도 주저함 없이 쏘아 올린 외곽슛은 우리은행에 허탈함을 안겼다. 강이슬은 ”사실 운으로 들어간 골이었다. (김)단비 언니가 워낙 팔이 길고 운동 능력이 좋아서 웬만한 거리선 다 블록을 한다. 살짝 피해서 던졌는데 운이 좋게 들어갔다”면서 “전체적으로 ‘되는 날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미소 지었다.

양 팀 모두 낭떠러지 앞에 선다. 지면 다음은 없다. “5차전도 기대해주세요”라고 운을 뗀 강이슬은 “뛰면서 우리도, 상대도 지친 것이 보인다. 더 단단히 준비해서 다음 경기에 나서야 할 것 같다. 매 경기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뛰는데, 즐기면서 하니 경기가 더 잘 풀리는 것 같다. 5차전도 그렇게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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