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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현의 톡톡톡] 바라나시 유감

입력 : 2024-03-22 21:55:44 수정 : 2024-03-22 21:5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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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첫 인도방문은 1996년이었습니다. 방송 데뷔하자마자 새로이 시작하는 퀴즈 프로그램을 위한 해외 출장이었는데요. 그때 제가 본 인도는 ‘세상에 이런 곳이 있다니’였습니다. 물론 경험도 짧은 20대의 사회초년병에겐 많은 것이 새로울 수 있었겠지만요, 일단 처음 도착했던 도시 뭄바이의 엄청난 인파, 특히나 극장 앞에 마치 개미떼처럼 모여있는 사람들에 깜짝 놀랐고요. 촬영을 위해 이동했던 ‘바라나시’라는 장소 자체가 놀라웠습니다. 그 당시 먼지가 자욱했던 길 위에는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릭샤, 사람, 소까지 모두 다니는 혼돈 속에 경적이 가득했는데요. 그렇게 시끄러운데도 어딘가 나무 아래에는 명상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뿐인가요 아침이면 논밭 여기저기로 한 손에 바가지를 든 사람들의 머리가(아침 화장실 이용 중) 보이곤 했습니다. 입안에서 향기가 나게 하기 위해 사람들이 씹다 버리는 모종의 식물 같은 것들의 뻘건 자국이 길 위엔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지요. 바라나시는 성지이다 보니 성스러운 기운을 받고자 찾는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성스러운 갠지스 강에서 화장을 하고 떠나가면 정화되어 좋은 생으로 환생할 수 있다나요. 아무리 그래도 물 위쪽에서 시신이 떠내려오고 있는데도 아래쪽에서는 이 생의 정화를 위해 목욕을 하는 사람들은 정말 충격적인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바라나시는 언젠가 다시 찾아보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왜 그곳에 다시 가고 싶었는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왠지 그곳은 세상이 바뀌어도 늘 같은 모습으로 영원히 지구상에서 존재할 것만 같다고 느꼈었나 봅니다. 그런데 28년 만에 다시 찾은 바라나시는 제 기억 속 그곳과는 달랐습니다. 옛날의 작은 읍내 마을이 이제는 도시가 되어버린 느낌이랄까요.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세계가 하나가 되어버린 21세기에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당연한 변화이겠지만 한순간 그곳에 머물렀던 여행자에게는 무언가 아쉽더군요. 갠지스 강 주변에 어마어마한 전광판에서 보이는 화려한 영상과 음악이 낯설더군요. 1996년엔 디지털 카메라도 없던 시절이라 남겨진 사진을 찾을 수 없어서 제 기억이 틀렸던 것은 아닐까 의심도 하게 됩니다. 어쨌든 외적인 모습을 바뀌었어도 성지로서 갠지스 강의 역할은 그대로겠죠. 그나마 아침이면 변함없이 갠지스 강 위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그럴 거라 믿어봅니다.

 

사진=류시현 칼럼니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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