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고만 있어도 훈훈해지는 ‘세기의 라이벌’이다.
‘한국 수영 간판’ 황선우(20·강원도청)가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자신의 무대로 만들고 있다. 지난 25일 남자 계영 800m에서 아시아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더니, 27일 ‘주 종목’ 자유형 200m도 한국·대회 신기록으로 여유 있는 금메달을 획득해 대회 2관왕에 성공했다.
여기에 은메달 1개(남자 400m 혼계영), 동메달 2개(남자 100m 자유형·혼성 400m 혼계영)를 얹어 벌써 대회 5개째 메달을 신고했다. 자신의 첫 아시안게임을 화려하게 수놓는 중이다.
수영 2관왕은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3관왕에 성공한 박태환 이후 13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다. 황선우는 원조 ‘마린보이’의 후계자로 불리는 이유를 증명하고 있다.

경기를 마친 그는 “0.1초, 0.01초 줄이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수영이다. 그런데 주요 대회 때마다 내 기록을 깨고 있다. 이번에도 0.02초를 당겨서 신기록을 썼다는 점에서 정말 만족스러운 레이스였다”며 “앞으로도 계속 최고 기록 경신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번 대회에서 또 관심을 모은 것은 ‘희대의 라이벌’인 중국 판잔러(19)와 황선우가 보여준 우정이다. 둘은 만날 때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긴 이야기가 오고 가지 않지만 작은 행동들에서 친밀감이 느껴진다. 지난 25일 남자 계영 800m 시상식에서는 판잔러가 황선우의 머리 뒤에 V자를 그리며 친분을 과시했다.
황선우는 “거의 2년째 보고 있는 선수다. 친밀감이 굉장히 많이 형성됐다. 친근하면서도 장난스러운 동생”이라며 밝게 웃었다. 이어 “판잔러도 자유형 100m에서 대단한 기록을 내고 있다. 정말 존경 받아 마땅한 멋있는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고마운 마음도 크다. 황선우는 “좋은 라이벌 관계다. 적대적이지 않고 친근한 라이벌과 이렇게 선의의 레이스를 펼치는 건 정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라며 “서로 열심히 훈련해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멋있는 선수로 함께 성장해갔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남겼다.

항저우=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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