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상치 못했던 ‘1위 추격전’이다.
KBO리그 2023시즌이 마지막을 향해 고삐를 당긴다. 모든 팀이 100경기 이상을 치른 지금, 순위표 곳곳에서 혈전이 예고됐다. 어느 때보다 많은 팀이 두꺼운 허리를 형성한 중위권 싸움이 시즌 내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가장 뜨거워야 할 선두 싸움에서 LG가 사실상 독주 체제를 구축한 것도 한몫했다. 그런데 그 안정적인 LG의 레이스에 금이 가면서 시선이 옮겨진다. 누구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는 ‘마법사 군단’ KT의 추격 때문이다.
◆서늘한 뒷덜미, LG
LG는 탄탄한 투타 밸런스 속에 순항을 거듭했다. 6월 말 SSG를 떨쳐내고 1위를 차지한 쌍둥이 군단은 시즌 50승, 60승 고지전에서 연승을 거뒀다. 지난 18일 2위권과 격차를 8경기까지 벌리면서 앞서 나갔다. 29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 그리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탄탄대로가 펼쳐지는 듯했다.
변곡점이 찾아왔다. 올 시즌 LG의 가장 큰 고민인 선발진에서 터지는 잡음이 시작이었다. 시즌 내내 에이스 역할을 해온 아담 플럿코에게 후반기 부진과 부상까지 찾아왔다.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 조각으로 낙점한 트레이드생 최원태의 퍼포먼스도 만족스럽지 않다. 케이시 켈리도 예년과 달리 부침이 심하다. 자연스레 불펜에도 과부하가 걸린다. 여러모로 좋지 않은 징조다.
불운까지 겹쳤다. 지난주 창원 주말 3연전에서 승리를 패배로 둔갑시킨 심판의 업스트럭션 방해와 함께 시즌 3번째 스윕패 멍에를 뒤집어썼다. 엄청난 찬물이었다. 억울함으로 씁쓸한 뒷맛을 삼킨 LG는 눈 떠보니 어느새 2위 KT에 4.5경기(29일 기준) 차로 쫓기는 중이다.

◆뜨거운 엔진, KT
LG의 하락세가 가파르다고는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의 뒷덜미가 서늘해진 이유는 상대적으로 그들을 쫓는 KT의 상승세가 너무나도 빠르고 매섭기 때문이다.
힘겨운 초반을 보낸 KT는 5월에 시즌 최하위까지 처졌다. 5월23일 수원 키움전 패배 후에는 12승2무26패로 승패마진이 무려 ‘-14’까지 내려갔다. 승률은 0.316에 불과했다.
무너지지 않았다. 역대급 무더위가 강타한 여름이 되자 오히려 살아났다. 외인 투수 교체를 통해 빠르게 안정감을 찾은 선발 마운드의 힘과 함께 야금야금 손해를 메웠다. 6월에 15승(8패), 7월에 13승(6패)을 벌어들였다. 이번 달도 마찬가지다. 월간 성적 18승4패, 승률(0.818)이 유일하게 8할을 넘는다. 7할을 넘는 팀도 없다.
지난 19일 SSG를 제치고 2위 자리까지 가져오는 기염을 토했다. 5경기도 치르지 않은 시즌 극초반을 제외하면 첫 2위 등극이었다. 현시점 가장 뜨거운 팀은 단연 KT다. LG의 우승 꿈을 위협할 가장 무서운 존재다.

두 팀은 앞선 10번의 맞대결에서 5승5패로 호각을 다퉜다. 남아 있는 6번의 맞대결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모든 게 뒤바뀔 수 있는 시리즈다. 그 시작을 알릴 첫 3연전은 오는 9월 5일부터 7일까지 수원에서 팬들을 찾는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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