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성우 없이는 안 돼요.”
프로야구 KT 이강철 감독은 지난해 기회가 생길 때마다 포수 장성우(32)의 가치에 관해 언급했다. 가벼운 칭찬이라기보다는 매번 일장연설에 가까웠다. 부임 후 리그 내 최강 마운드를 구축하는 데 있어 장성우의 조력이 컸다는 게 골자였다.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특히 투수조와의 유대관계와 볼 배합 등은 ‘대체불가’라고도 했다. 창단 첫 우승을 이룬 KT는 지난해 겨울 자유계약(FA) 자격을 행사한 우승포수 장성우와 계약 기간 4년 총액 42억원에 계약했다. 장성우가 잔류를 확정한 직후 이 감독은 “듣던 중 반가운 소리”라고도 했다.
그간 장성우의 평균은 2할 중반대 타율과 두 자릿수 홈런이었다. 지난 2015년 처음 주전 포수로 자리한 이후 수비로 인정을 받으면서도 타석에서 남겨낸 일종의 기대치다. 장성우는 “더 부지런히 뛰겠다”고 했다. 이 감독이 인정한 수비뿐 아니라 타격서도 스스로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의미였다. 지난달 6일 수원 한화전서 15호포로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달성했고, 지난주에는 2개를 추가하면서 최다 홈런을 17개까지 늘렸다. 타율과 타점을 평균치로 만들어놓고 이뤄낸 보너스다.
10일 수원 NC전. 장성우가 다시 한 번 웃었다. 5번 포수로 선발 출전한 장성우는 4타수 2안타(1홈런)를 기록했다. 3타점과 1득점도 개인 기록에 보탰다. 눈여겨볼 일은 두 번째 타석. 올 시즌 18번째 홈런을 쳤다. 4회말 무사 1, 3루서 상대 선발투수 김태경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측 담장 너머에 떨궜다. 팀에 리드를 안기는, 가을야구 초입에 쳐낸 기분 좋은 한 방이었다. KT는 장성우의 홈런 덕에 NC를 5-2로 눌렀다.
장성우의 계약 체결 소식이 전해졌을 때 외부의 시선은 ‘반신반의’였다. 30대 중반으로 향하는 장성우의 나이가, 통산 성적과 평균 기록들이 기대치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주루플레이할 때에 남들보다 느린 주력으로 찬스를 날린 적도 있었다. 다만 이 감독이 말한, 장성우가 스스로 증명해내겠다던 반등은 분명히 이뤄졌다. 마운드는 새로운 10승 투수 엄상백까지 추가되면서 더 탄탄해졌다. 수비와 타격 모두 커리어하이인 올해, 장성우는 한다면 한다.
사진=KT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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