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타박상으로 마운드를 넘길 수 없어요.”
프로야구 KT 투수 배제성(26)은 지난 16일 수원 SSG전서 아찔한 상황을 겪었다. 6회초 1사 1루서 SSG 6번타자 전의산을 상대했다. 전의산이 스윙 후 배트가 두 동강 났는데 부러진 배트가 타구와 함께 배제성 쪽으로 향했다. 타구를 처리하려던 배제성은 왼 팔뚝에 배트를 맞고 쓰러졌다. 트레이닝 코치가 급하게 달려 나와 상태를 체크했고, 배제성은 더그아웃을 향해 오른손을 들어 올리면서 괜찮다는 뜻을 전했다. 그리고 후속 타자를 처리해 끝내 6이닝을 채웠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팔뚝 상태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배제성은 “사실 정말 아팠다”고 했다. 부러진 배트 헤드 부분이 강타한 배제성의 왼쪽 팔뚝에는 피멍 자국이 생겼다. 이튿날 아침 일어났을 때는 100구 넘게 던진 오른팔보다 왼팔이 더 무거웠다. 팔을 들어 올리지도 못했고, 가볍게 힘을 주기도 어려웠다. 배제성은 “방망이가 날아오는 것을 알았지만 타구가 먼저 오면 내가 처리해서 더블플레이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뿐이었다”며 “공을 잡으려고 보는데 눈앞으로 배트가 지나갔다. 순간적으로 세상이 노랗게 보였다”고 했다.
시야가 노랗게 변할 때 배제성은 이를 악물고 더그아웃을 바라봤다. 그리고 이강철 KT 감독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바로 흥분을 억누르고 무심한 표정을 만들었다. 선발투수라는 자부심 때문이다. 고영표-소형준, 그리고 자신으로 이어지는 토종 3인방이 리그 최고 선발진으로 꼽히는데 어떤 변수가 생기더라도 이닝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배제성은 “잠깐이라도 치료하고 다시 정비할 수도 있었지만 야수들을 기다리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불펜에 전화할까’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투수를 바꿀까 봐 일어났다. 왼팔이라 투구하는 데 지장이 없어서 어떻게든 끝까지 던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칫 무모하게 보일 수도 있다. 헤드 대신 갈라진 부분이 날아들었다면 얼굴 혹은 팔뚝에도 꽂혀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그래도 배제성은 “겁내지 않는다. 같은 상황이 생겨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 했다. 배제성은 “나는 마운드에 서면 엄청 몰입해서 불타는 상태다. 타자가 누가 나오든 내가 찍어 누르겠다는 생각”이라며 “어릴 때 힘든 상황에서 겨우 올라와서 독한 마음으로 이 기회를 잡았다. 얼마나 소중한지를 아는데 고작 타박상으로 조기에 마운드를 내려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배제성은 지금도 아무런 내색 없이 다음 선발 등판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배제성, KT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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