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프로야구 SSG-KT전이 열린 수원 KT위즈파크. 내야 땅볼을 친 KT 외국인 선수 헨리 라모스(30)가 1루까지 냅다 뛰었다. 상대 수비가 공을 더듬으면서 시간이 생겼다. 라모스는 1루 베이스를 향해 몸을 던졌다. 심판 판정은 세이프. 라모스는 여세를 몰아 2루 베이스까지 훔쳤고, 득점에도 성공했다. 3시간짜리 경기의 단편이지만 KT 선수단은 “라모스는 정말 100점짜리 외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KT를 속앓이하게 한 외야수 조일로 알몬테가 떠오른다. 결과적으로 통합우승을 이뤄내면서 추억으로 남았지만 알몬테는 아쉬움만 남겼다. 시범경기부터 부상 여파로 제 기량을 보이지 못했고, 정규시즌 개막 후에도 온전히 수비를 소화하지 못했다. 장타를 치고도 제대로 달리지 않아 단타에 그쳤다. 타격도 월등한 수준이 아니었다. 개막 직전 세웠던 시즌 구상은 수정이 불가피했다. 한 명으로 인해 모두의 체력이 깎이는 일이 생겼다.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 게 문제였다. 영입 당시부터 멜 로하스 주니어와 같은 기대치를 설정하지도 않았다. 대신 팀 분위기에 융화할 수 있는, 적어도 경기 중 한 번씩 더그아웃 분위기를 달굴 수 있기만을 바랐다. 지난해 정규시즌 막판 순위경쟁서 유한준과 박경수 등 베테랑들이 베이스에 몸을 던진 일도 같은 맥락이다. 알몬테는 다른 모습을 보이지 못해 조기에 팀을 떠났고, 대체 외인 제러드 호잉이 선수단으로부터 환대받았다.
라모스는 이미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부터 모두의 기대치를 충족했다. 칼바람이 부는 전지훈련지에서 반팔 티셔츠만 입고 동료를 독려하는 일이 시작이었다. 외인 윌리엄 쿠에바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등과 지금까지 떠들썩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중견수 배정대와도 타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글러브를 들고 외야로 나갈 때도 동료와 호흡한다. 정규시즌 개막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실력을 논하기는 어려우나 적어도 KT가 작년과 같은 걱정을 반복할 일은 없어 보인다.
KT가 라모스에 기대하는 일은 안타와 홈런 개수가 전부가 아니다. MVP급 기량을 발휘하면 최고지만 그 정도의 기대도 아니다. 대신 지금처럼만 떠들썩한 분위기를 만들기만 하면 된다.
사진=KT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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