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사람이 시한부를 고백한다면 어떨까. 배우 이무생이 ‘서른, 아홉’에서 보여준 이 질문에 눈물로 답했다. 누구라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명장면의 탄생이었다.
JTBC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이 지난달 31일 막을 내렸다. 마흔을 코앞에 둔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서른, 아홉’에서 이무생은 연예기획사 대표 김진석으로 분했다.
4일 스포츠월드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무생은 “종영이 아직 실감 나지 않는다. 아직도 찬영이가 곁에 있을 것만 같다”고 아쉬워하며 “여운이 많이 남는 드라마였어서 그런지 이 기분을 좀 더 오래 간직하고 싶다. 또한 내 인생에서도 기억에 많이 남을 만큼 너무 소중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쉽게 잊지 않고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고 바랐다.

극 중 김진석은 후배 차미조(손예진) 통해 우연히 만난 정찬영(전미도)에게 첫눈에 반한 인물. 췌장암 4기 판정을 받은 정찬영과의 가슴 아픈 로맨스를 그렸다.
김진석을 연기하기 위해 중점을 둔 건 ‘어떻게 이 상황을 버텨내야 할 것인가’다. 이무생은 “이미 찬영이가 죽는다는 설정이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드라마가 시작되는데, 그렇다면 그걸 지켜보는 나는 어떻게 이 상황을 버텨야 하는지, 어떤 뿌리를 가지고 가야 하는지에 대해 계속 고민했다”면서 “여러 인물과의 관계에서 그 줄기를 찾으려 했다. 또 한가지는 찬영이에 대한 사랑이었던 거 같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찬영이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겠다는 마음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무생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 시시각각 요동치는 진석의 감정선을 연기했다. 죽음을 앞둔 정찬영의 곁을 묵묵히 지키며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은 보는 이들을 눈물짓게 했다. ‘서른, 아홉’의 명장면을 꼽는다면 단연 이무생의 눈물신이다. 시한부 소재의 드라마인 만큼 감정신이 많았다. 특히 이무생의 열연이 돋보였다. 극 초반 김진석(이무생)은 정찬영(전미도)의 시한부 고백에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 자신을 밀어내는 찬영에게 “옆에만 있게 해달라”고 고백하며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했다.

그중 가장 어려웠던 감정신은 9회 벤치신이었다. 이무생은 “가을을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9회임에도 초반에 촬영했었다. 날씨가 춥기도 했고 앞 상황들을 찍지 않은 상태에서 그 씬을 찍어야 했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어려웠다”면서 “이 감정을 어떻게 가야 할지 판단이 명확히 서지 않아서 여러 버전으로 테이크를 갔었다. 5~6 테이크를 여러 느낌으로 찍어서 그중에서 감독님께 골라달라고 요청을 드렸던 기억이 있다”고 돌아봤다.
이무생의 열연에 시청자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눈물 버튼’, ‘현실 연기’라는 댓글들도 기억에 남는다고. 그는 “어떻게 연기를 해야지 하고 계산을 한 게 아니라서 내가 평소에 저렇게 우는지도 몰랐다”고 웃으며 “‘나도 저런 상황이면 저렇게 울 거 같다’, ‘나도 저렇게 우는 사람 본 적 있다’고 말씀해 주시고 내 연기를 보며 공감해 주셨을 때 너무 감사했다”고 시청자에게 인사했다.
그러나 서로의 감정만 두고 보기에 김진석과 정찬영, 두 사람은 복잡한 관계였다. 오랜 연인이지만, 김진석에겐 아내와 아들이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책임감 때문에 다른 여자와 결혼을 택한 김진석, 주위의 비난도 감내하며 관계를 이어오는 미혼의 찬영. 쉽게 말해 불륜 관계였다.

이무생은 김진석의 삶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먼저 그는 “불륜이기 때문에 느끼는 부담감이나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 그랬다면 이 작품 자체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물과 작품에 매력을 느꼈고, 배우로서 그 상황과 감정을 표현해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대본에 쓰여 있는 대로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이 배우로서 내가 할 일이라 생각했다”면서 “어떻게 설득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내 생각을 더하기보단 작품 속 김진석이 처해있는 상황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김진석은 옳고 그름의 경계에 있는 인물이라 생각해요. 복잡다단한 상황을 맞은 김진석이었기에 그런 상황을 제대로 적절히 표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며 작품에 임했죠. 캐릭터가 처한 상황이 너무 명확했기 때문에 불륜이냐 아니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어요. 이러한 상황을 두고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는 것 자체로도 감사해요.”
‘서른, 아홉’은 우정, 사랑을 비롯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졌다. 이무생은 “이 작품을 통해 인생에 있어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가족의 소중함도 다시금 되새겼다. 또 “인생이란 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생을 잡으려 하기보단 내 주위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순간순간을 즐기는 것이 내가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사는 방법인 것 같다”고 답했다.

영화 ‘방과후 옥상’(2006)을 시작으로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 MBC ‘봄밤’(2019), tvN ‘60일, 지정생존자’(2019), JTBC ‘부부의 세계’(2020),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2021) 등 다양한 장르, 다채로운 캐릭터로 자신만의 색을 갖춰갔다. 40대에 접어든 이무생은 보는 이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
‘서른, 아홉’의 세 여주인공에게 서른아홉의 한 해가 중요했듯, 지금까지 이무생의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 해는 언제일까. 그는 “지금 이 순간, 이 해가 기억에 가장 남는 나이이자 한 해 같다”고 답했다. ‘서른, 아홉’을 잘 마무리하고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작품을 마무리했다는 점이 올해 가장 잘한 일이라고. 이무생에게 ‘서른, 아홉’은 앞으로도 기억에 남을 한 해를 남기게 해준 소중한 작품이다.
이어 배우 이무생의 버킷리스트를 물었다. 이무생은 “가족들과 전국 일주를 하며 순간순간의 행복을 만끽하고 싶다. ‘서른, 아홉’이 시청자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이기도 하다”면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자’라는 메시지처럼 순간순간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즐기며 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서른, 아홉’을 마친 이무생은 JTBC ‘클리닝업’으로 다시 안방극장을 찾는다. 올 상반기 방영 예정인 ‘클리닝업’에서 이무생은 로맨틱함에 은은한 섹시함까지 곁들인 여자들 로망 이영신으로 분해 미스터리한 인물을 연기한다. 이무생은 “김진석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이영신 역을 맡아 여러분을 찾아갈 예정이다. 이번에도 많은 관심과 사랑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에일리언컴퍼니, SL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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