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년 동안 이른바 ‘용규놀이’로 묵직한 공을 버텼다. 19년 차 시즌을 앞두고도 “우선순위를 출루에만 둔다”고도 했다. 대신 훈장처럼 쌓인 안타가 벌써 2000개를 앞두고 있다. 남은 조각은 14개. 프로야구 키움 외야수 이용규(37)는 “개막 7경기 만에 하고 싶다”고 했다.
이용규는 KBO리그에서만 18년을 활약했다. 200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LG 유니폼을 입었고, KIA와 한화를 거쳐 지난해 키움에 새 둥지를 텄다.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그에게 남은 명예는 용규놀이. 타석에만 서면 쉽사리 물러나지 않는 모습으로 투수들에게 악몽을 남겼다. 태극마크를 달고, 소속팀 유니폼을 뛸 때도 한결같이 물고 늘어졌다. “난 항상 타석에 설 때마다 출루가 첫 번째 목표”라는 말 그대로다.
출루만 바라보는 동안 각종 기록이 수북하게 쌓였다. 이제 대기록을 바라본다. 이용규는 지난해까지 1825경기에서 1986안타를 기록했다. 앞으로 안타 14개만 추가하면 2000안타 고지를 밟는다. 지난 3년 간 매해 100개 이상 안타를 쳐낸 만큼 시즌아웃급의 부상만 아니라면 내심 2100개 탑도 기대할 수 있다. 이용규는 “마음 같아서는 개막 후 연속해서 멀티히트를 기록해 7경기 만에 달성하고 싶다”면서도 “하지만 난 1번 타자고 출루가 첫 번째다. 출루를 목적으로 임하면 기록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했다.
7경기 만에 안타를 추가하면 다음 기록도 있다. 이용규가 만약 도루까지 20개를 추가한다면 400도루다. KBO리그에서 2000안타-400도루를 누적한 외야수는 전준호(현 롯데 코치)가 유일하다. 전 코치는 현역 시절 2091경기에서 2018안타 549도루를 쌓았다. 전성기 시절에 비해 도루 시도 횟수가 줄었지만 이용규라면 충분히 가능한 이정표다. 안타나 볼넷 등 출루를 해야 시도가 가능한데 이용규는 뛸 기회가 많다.
그래서일까. 이용규는 부상방지에 신경을 쏟는다. 변수를 최소화해야만 이정표로 향하는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결과로 과정을 입증하는 일도 부상이 없어야만 가능하다. 이용규는 “올 시즌 스프링캠프에서도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허리쪽 강화운동도 철저하게 준비했다. 한 경기를 나가지 못하는 게 나뿐만 아니라 팀에도 마이너스”라면서 “경기에 나갈 수 있도록 몸 관리를 잘 하려고 한다. 작년에 허리부상으로 인해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던 일을 올해는 없애고 싶다”고 했다. 이용규의 조용한 스퍼트가 시작됐다.
사진=키움히어로즈 제공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