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천 취소로 오후 일과가 없어진 날이면 ‘방콕’이다. 또래처럼 컴퓨터 게임이나 OTT 서비스로 시간을 보낼 법도 한데 지친 몸을 이끌고 방망이를 잡는다. 배트만 가볍게 돌려볼 수 있는 자취방에서 전신거울을 벗 삼아 스윙 삼매경에 빠진다. ‘거울왕자’라는 별칭까지 얻은 NC 내야수 박준영(24)은 “운동량이 부족하면 채워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서요”라고 말했다.
경기고 출신 박준영은 프로생활 시작부터 사연을 안았다. 지난 2016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NC 유니폼을 입었다. 고교 시절부터 투타 양면에 재능을 보인 그는 김경문 전 감독의 권유로 투수를 선택했다. 시속 140㎞대 후반 속구와 높은 회전수 등 1년 선배 구창모와 함께 NC 마운드를 이끌 차세대 재능으로 손꼽혔다. 그러나 부상 여파로 입단 첫해부터 수술대에 올랐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 재활에만 매진했으나 투수 대신 타자로 포지션을 전향했고, 바로 군에 입대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면서 수비 스텝과 포구, 송구 등 기초 단계부터 다시 시작했다. 스스로 “내가 야수로서 운동하는 게 장난을 치는 것 같기도 했다”고 할 정도로 어색했다. 약 1년 동안 적응기를 거쳤다. 이후 모든 시간을 방망이에 쏟았다. 팔꿈치 통증이 모두 사라진 뒤에는 자투리 시간도 스윙에 열중했다. 박준영은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제대예정일이 4월이었고 바로 시즌 개막이었다. 그 시기에 맞추려면 남들보다 배로 열심히 해야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박준영은 매일 손바닥에 배긴 굳은살이 터지는 일을 겪으면서도 매일 방망이를 약 500회씩 돌렸다.
그때 생긴 습관은 지금도 유효하다. 비가 쏟아져 우천취소가 결정된 날, 야외 훈련이 불가능해 실내훈련만으로 운동량을 채우기 부족한 날이면 거울과 사투에 돌입한다. 자취방에 설치된 전신거울을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박준영은 “엄청난 연습을 하는 건 아니지만 폼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냥 쉴 때도 잦지만 집에서 거울을 보면서 폼을 볼 때가 있다”며 “심적으로는 이전보다 여유가 생겼다고 해도 아직은 어색한 지점이 종종 있다. 올 시즌도 그렇고 당장 내년에도 조금씩은 변하겠지만 폼을 완성하면 자신감이 더 붙을 것 같다”고 했다.
경기 중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일은 여전히 잔재한다. 스스로 알을 깨고 싶다는 의욕이 강하지만 선배들로부터 전해 들은 ‘멀리 보라’라는 말을 계속 되새기고 있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시기, 박준영은 거울과의 만남에 시간을 쏟는다.
사진=NC다이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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