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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시선] 이용진 ‘씨’는 ‘정치적 의도’를 가진걸까요

입력 : 2020-02-07 17:36:07 수정 : 2020-02-07 18: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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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김대한 기자] ‘막말’은 상대적이다. 네 편 내 편을 나눠 누군가에겐 ‘사이다 발언’이 되기도 한다.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문재인 미친X’, ‘문 대통령, 하나님이 심장마비로 데려갈 것’ 등 상식을 초월하는 한 목사의 ‘막말 동영상’을 우리는 유튜브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박근혜 나와’도 마찬가지다. 영화 ‘아수라’ 속 대사를 차용해 당시 시국을 패러디한 모 배우의 발언 역시 아직까지 회자된다. 이들 언행의 공통점은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의도적인 발언 속에서 누군가에겐 ‘막말’, 누군가에겐 ‘사이다’가 됐다는 특징을 지녔다.

 

최근 개그맨 이용진이 tvN D 디지털 예능 ‘괴릴라 데이트- MC딩동 편’에서 ‘문재인 씨’라고 말해 뒤늦게 구설에 올랐다. 이 발언은 지난해 2월 방송된 것이며 게스트인 MC딩동을 ‘사전 MC계의 대통령’이라고 소개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언어의 잔혹사‘다. ‘감히 우리 대통령에게’라는 이유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용진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소속사에 전화해 공개사과를 요구하겠다’, ‘저 일베x 방송에서 못 나오게 하자’ 등 그의 무례함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말 이용진의 ‘∼씨’ 표현은 처벌받을 만큼 ‘막말‘이었을까. 국립국어원은 ‘표준국어대사전’을 앞세워 ‘∼씨’라는 표현은 그 사람을 높이거나, 대접하여 부를 때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한다. ‘∼님’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덧붙이지만, ‘∼씨’라는 표현이 무례하다고 볼 수 없다는 해석이다. 결국 ‘∼님’이라는 표현이 아닌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을 뿐이지, 상대를 격하하는 의도적 막말로 보긴 어렵다는 뜻이다. 사실 반말을 지껄인 것도 아니지 않은가.

방송인과 언어 표현은 떼레야 뗄 수 없는 상관관계를 가지기에 이런 논란도 이해는 간다. 개인 머릿속에 생각이야 따로 제약을 받지 않지만, 그것이 퍼블릭화(방송)되는 순간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송에 나온 연예인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대중들에게 더 예민하게 받아들여진다.

 

표현의 자유는 공공질서 유지, 국가 안보, 공공복리를 위해서는 제한할 수 있도록 헌법에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용진의 발언이 국가 안보를 어지럽히며 공공질서를 흔들만큼 파괴력을 가졌는지는 도통 알 수가 없다. 흔한 정치 패러디도 아니다. ‘사이다 발언’이라기엔 정치적 의도성은 찾아볼 수 없는 그의 해맑은 얼굴에서 무엇을 찾아야 할지 의문이다. 영상 속 그는 해당 발언 후 멈칫거리는 모습을 보인다. 이후 생각만큼 웃기지 않아 횡설수설하며 당황하는 모습은 인간적으로 다가오기까지 한다. 

 

이용진이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씨’ 발언을 했다면 누군가에게는 ‘막말’, 누군가에겐 ‘사이다 발언’이 됐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용진의 무지의 발언일 수 있는 상황에서 방송을 떠나야 한다고 몰아세우기엔 가혹하지 않은가. 이용진 ‘씨’는 어쩌다 ‘막말꾼’이 됐을까.

 

kimkorea@sportsworldi.com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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