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기자] 곰보빵(소보로 빵)은 호텔 빵집의 ‘서자’였다. 독보적인 매출 1위 단팥빵에 밀렸고, 마카롱, 마들렌 같은 구운과자류에게 밀려 진열대 구석 자리를 전전하는 설움을 겪었다. 가장 빛나는 센터 자리는 케이크들의 몫이었다.
현재 서울 시내 주요 특급호텔 베이커리 매장에서 곰보빵을 파는 곳은 드물다. 타노스의 ‘핑거스냅’처럼 그 많던 곰보빵들이 사라져 버렸다. 롯데호텔 서울, 그랜드 하얏트 서울, JW메리어트 서울 등 역사가 제법 오래된 호텔들 대다수는 곰보빵을 메뉴에서 제외한 상태다. 퍽퍽한 식감과 다소 심심한 맛, 올드한 이미지 등이 퇴출 사유다. 빵이나 사람이나 회사의 매출에 기여하지 못하면 결국 밀려나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일부 호텔의 곰보빵들은 눈물겨운 노력으로 ’명품’ 반열에 오르며 살아남았다. 서울 신라호텔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기사에서 ‘명품 곰보빵’이 되는 ‘컷오프’ 기준은 빵류 전체 매출 2위다.)
서울신라호텔 베이커리 ‘패스트리 부티크’의 소보로빵은 겉모습부터 다르다. 소보로가 듬성 듬성 빵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쿠키 반죽 피막이 전체를 감싸며 코팅된 형태로 일본의 메론빵과 흡사하다. 품질관리에 극도로 집착하는지 각 제품마다 외관이 거의 똑같은 ‘표준화’가 이뤄져 곰보가 많이 붙은 빵을 골라 집는 ‘눈치작전’이 필요 없다. 이 매장의 작년 빵류 판매 실적을 분석해본 결과 소보로 빵의 판매량 비중은 전체의 10%에 달했다. 전체 상품 중 단팥빵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판매된 상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판매된 빵의 종류가 약 40개인 점을 감안했을 때, 소보로 빵의 매출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인기의 비결은 유난히 폭신한 빵의 식감이다. R&D에 투자를 많이 하는 신라호텔답게 ‘반죽’에 비밀이 숨어있다. 서울신라호텔은 중종법을 활용해 소보로빵 반죽을 만든다. 중종법이란 초종·중종 등 두 번의 반죽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직접법(반죽 1회)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공이 많이 들지만 부드러운 식감과 깊은 풍미의 빵을 만들 수 있다. 수차례 개발 과정을 통해 완성한 비율로 강력분과 박력분을 혼합해 너무 질기지도, 무르지도 않은 반죽을 만든다. 1차 반죽 후 최상의 온도와 습도에서 4~6시간 숙성 발효 과정을 거쳐, 2차 중종을 통해 소보로 반죽을 마무리한다. 또한, 밀가루 양의 45%에 해당하는 우유 생크림을 넣어 반죽해, 퍽퍽함 없이 촉촉하고 우유의 고소함이 살아있는 소보로 빵이 완성된다. ‘화룡 점정’은 국내산 땅콩이 토핑. 고소한 맛이 배가된다.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도 소보로빵은 그 맛을 아는 사람들은 반드시 집어가는 ‘인싸템’이다. 작년 판매량 기준으로 단팥빵에 이어 2위다. 크림치즈브레드와 알리오 올리오, 크로아상을 이겼다. 소보로빵이 하루 종일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비결은 오전 7시와 정오, 하루에 두 번을 구워내는 것. 잘 튀겨낸 치킨처럼 속은 촉촉하고 겉은 바삭한, 완벽한 밸런스를 자랑한다.
조선호텔 소보로빵의 비밀은 겉으로 봐서는 알기 어렵다. 반으로 갈라보면 실체가 드러난다. 계란 노른자처럼 가운데 묵직한 소보로 덩어리가 숨어있는 ‘저중심 설계’다. 소보로는 피넛 버터, 고메 버터, 설탕, 계란, 밀가루를 넣어 만든다. 반죽에도 특별한 공을 들인다. 전날 밀가루와 소금물을 넣고 친 반죽을 하루 전날 만들어 냉장 숙성시킨다. 당일날 숙성된 반죽에 밀가루 계란 버터 설탕물을 추가해서 넣고 다시 반죽을 만든다. 이 반죽을 50분 정도 발효 시킨 뒤 60g씩 나눈다. 그리고 소보루를 적당량을 바닥에 펼쳐 놓은뒤 분할한 반죽을 위에 올린 뒤 눌러 찍는다. 찍은 반죽을 발효실에서 50 분 정도 발효 시킨 뒤에 오븐에서 13분 정도 굽는다. 이렇게 정성들여 완성된 빵의 겉모습은 ‘곰보’라는 말이 미안할 정도로 아름답다. 한 입 베어물면 땅콩 버터와 고메버터 특유의 고소한 향과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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