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43) 주한 미국 대사가 한국의 야구장에서 발견되는 건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두산팬으로 알려진 리퍼트 대사가 넥센과 LG의 준플레이오프 맞대결을 찾았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17일 넥센과 LG가 맞붙는 준플레이오프 4차전, 리퍼트 대사는 ‘US’가 수놓인 모자를 쓰고 잠실구장에 나타났다. 중앙 테이블석에 자리를 잡은 그는 다른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음료를 컵에 따라 마시고, 음식을 젓가락으로 집어 먹으며 경기를 관전했다. 쌀쌀해진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반팔 차림이었지만, 득점이 나올 때마다 함성을 터뜨리며 복장을 무색하게 하는 ‘야구 열정’을 선보였다.
양팀의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두산팬인 그가 왜 나머지 서울팀의 맞대결을 찾았냐는 우스개소리가 나왔다. 이를 전해 듣자마자 리퍼트 대사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내가 두산의 팬인 건 맞지만, KBO리그의 명예홍보대사이기도 하다”라며 “게다가 경기가 이렇게 흥미진진하지 않나. 훌륭한 두 팀이 대결을 펼치는데 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리퍼트 대사가 한국에서 포스트시즌 경기를 찾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번이 몇 번째냐는 질문에 기억을 돌이키던 그는 손가락 네 개를 펼쳐보였다. 이어 “미국에서도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을 직접 관전한 적이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만원관중이 경기장을 가득 채우지만, 그 함성과 열기는 차이가 있다. 이 곳은 차원이 다르다”라며 이날 잠실을 가득 채운 팬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리퍼트 대사는 양국 간의 포스트시즌 풍경 중 가장 큰 차이점으로 ‘응원 문화’를 들었다. 그는 “미국의 경우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면 상대팀 팬들이 야유를 보낸다. 반면 한국은 타자가 속한 팀의 팬들이 응원을 한다. 한국의 경기장을 처음 찾은 미국인들이 어리둥절해 하는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치어리더가 응원단상에 있는 리프트를 타고 공중에서 응원하는 것”도 리퍼트가 꼽은 한국야구의 진풍경이었다.
두산에게 유리한 상대를 꼽아달라고 요청하자 리퍼트 대사는 난감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는 “LG, 넥센, NC 세 팀 모두 강한 팀들이다. 누가 올라와도 만만치 않다. 더 쉬운 상대라고 말할 수 있는 팀이 없다”라며 끝까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올해 두산의 우승이 어려울 것 같나”라는 이어진 질문에 대해서는 망설임이 없었다. “두산은 정규시즌 1위 팀이다. 우승을 한다면 두산이 가장 유력하다고 생각한다”라는 솔직한 바람이 답변으로 돌아왔다.
number3togo@sportsworldi.com 사진=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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