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나은 ‘내일’을 꿈꾼다…황상훈 서대문구 감독
“감동이었다.” 지난 두산베어스기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황상훈 서대문구 감독의 말이다. 황 감독은 리틀야구 대표팀 코치로 차출돼 월드시리즈를 치르느라 약 2개월 동안 자리를 비웠다. 더욱이 결승전 상대는 박종욱 감독이 이끄는 동대문구. 황 감독은 “미국에 있을 때 결승전 진출 소식을 들었다. 느낌이 묘했다. 2년 전 바로 이곳에서 (박종욱 감독과) 월드시리즈에서 이기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었는데, 한국으로 돌아가자마자 적으로 맞붙어야 한다니. 솔직히 이기고 싶은 맘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실 월드시리즈에서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루고도 마음고생을 해야 했던 리틀 야구대표팀 코치진이다. ‘승리에 너무 집착한다’는 비난이 끊이질 않았다.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어린 선수들을 너무 다그친다는 게 이유였다. 황 감독은 “절대 아니다”며 단호하게 말했다. 황 감독은 “비난 일색인 댓글을 보면서 조금 서운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운을 뗀 뒤 “현장에서 피부를 느끼지 않는 한 잘 모른다. 월드시리즈 인터내셔널 결승전은 왕중왕전에 가깝다. 즐기는 분위기다. 다만 2년 전에 우승을 하다 보니 그 여파가 조금 있었던 것 같다. 상황에 맞게 작전을 지시하는 부분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밝혔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눈에 띄게 발전한 리틀야구다. 2005년 20여 개에 불과했던 리틀야구 클럽팀 수는 이제 160개가 넘는다. 3200여명이 선수로 등록돼 있다. 국제무대에서 승전고를 올리며 이미지도 많이 좋아졌다. 특히 내년 완공되는 국내 최고, 최대 규모의 유소년 야구장 ‘화성드림파크’는 해외에서도 견학 차 찾아올 정도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먼 리틀야구다. 황 감독은 “벌써 리틀야구를 이끈 지 6년차가 됐다. 유소년 아이들이 잘돼야 결국 야구 전체가 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인프라, 지원 문제 등에서 부족한 면이 많지만 이것마저도 조금씩 발전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 오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박종욱 동대문구 감독
“결승전에 올라온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준우승에 그쳤던 지난 두산베어스기. 아쉬울 법도 하지만 박종욱 동대문구 감독은 오히려 선수들을 다독였다. 박 감독은 “결승전이라고 해서 아이들이 조금 긴장을 했던 것 같다. 편한 분위기를 못 만들어 준 것 같아 미안하다”고 밝혔다. 화제가 된 황상훈 감독과의 맞대결과 관련해서는 “(황)상훈이와 친하지만, 어쨌든 경기는 경기다. 누군가는 지고, 또 누군가는 이기기 마련이다. 이번에는 상대 팀이 잘했다”고 전했다.
박 감독은 지난 2014년 리틀야구 대표팀의 월드시리즈 제패를 이끌었던 수장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당시 한국은 1985년 이후 무려 29년 만에 챔피언자리에 올랐다. 박 감독은 “솔직히 당시 미국에 있을 때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공항에서 반겨주시는 많은 분들을 보고 그제야 실감이 났다. 야구 인생에 있어 최고의 순간이 아닌가 싶다”고 회상했다.
그렇다면 올 시즌 밖에서 지켜본 월드시리즈는 어땠을까. 박 감독은 “지희수 감독의 부담감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2년 전에는 정말 아무런 부담 없이 경기에 임했다. 그때와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우승에 대한 기대도 커졌고, 상대 팀들의 분석도 더욱 철저해졌을 것이다. 비난보다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나는 복 받은 감독이다.” 박 감독은 스스로를 이렇게 표현했다. 2007년 처음 리틀야구와 인연을 맺은 뒤 올해로 꼬박 10년차다. 박 감독은 “처음에 들어오면 캐치볼조차도 못 하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 조금씩 공을 잡고 또 공을 맞혀나간다. 아이들의 성장을 즐겁게 바라볼 수 있는 자리가 바로 이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박 감독은 “예전에는 솔직히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 이제는 하루하루 아이들과 즐겁게 야구하는 것이 목표”라고 소박한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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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훈 감독(좌), 박종욱 감독(우), 사진=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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