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경이 많이 쓰이죠. 예민한 편인데 첫 단독 주연이잖아요. 멍하기도 해요. 주연이었잖아요. 캐스팅이 제일 먼저 됐어요. 조연들이 시나리오를 받으면, 감독이 누구고, 주연이 누굽니까 물어보곤 하잖아요. 그런데 내가 주연으로 캐스팅 되니까, 누가 함께 할까 그런 게 있더라고요. 저로서는 저와 함께 해준 모든 배우들이 너무나 고마워요. 정말로요.”
순박한 면모까지 드러내는 이성민은 이번 영화에서 딸 바보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준다. 영화는 10년 째 실종된 딸을 찾아 전국을 떠돌던 해관이 우연히 한반도에 불시착한 위성 로봇 ‘소리’를 만나 함께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성민도 실제 사춘기를 맞은 딸을 두고 있다. 여기에 영화의 배경인 대구는 그에게 고향이나 다름없다.

익히 알다시피 이성민은 대구와 서울에서 연극 무대에만 섰던 실전 연기파 배우다. 특히, 송강호를 배출한 극단 차이무 소속이기도 했다. 첫 드라마는 KBS ‘대왕세종’이었고 이후 영화와 드라마에서 맹활약을 펼쳐왔다. 그만의 특별한 연기비법이 따로 있을까.
“극단 차이무를 이끄시는 선생님께서 ‘늘 연기할 때 스나이퍼가 돼라’고 하셨어요. 차이무 배우들의 특징이 있는데요. 귀와 눈이 밝아요. 늘 상대방이 뭘하는지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죠. 그래서 다른 배우의 돌발상황에도 적응을 잘해요. 상대 배우가 어떻게 하는 것에 제 밸런스를 맞춰주는 게 익숙할 수밖에 없죠. 저도 연기하는 것이 앙상블이라고 생각해요.”
딸을 가진 아빠로서 이번 영화 때문에 심경의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아직 가족에게 이번 영화를 보여주진 못했다는 이성민. 그래도 딸 이야기가 나오자 긴장을 풀고 만면에 미소를 짓는다.

‘로봇, 소리’는 이미 시사회를 통해 공개돼 최루성 영화라는 평을 얻었다. 연기하는 배우 역시 촬영 중간중간 눈물을 쏟을 수 있다. 프로인 이성민은 어땠을까.
“저도 두 번 정도 감정 컨트롤이 안돼서 혼났어요. 해관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눈물 나겠더라고요. 그래도 연기는 연기니까요. 경험은 아니고요. 많이 공상하고 상상하는 스타일이에요. 막 연구하고 그러진 않아요.”
평범함 속에서 강렬한 연기로 낯선 매력까지 선사하는 배우 이성민. ‘로봇, 소리’란 영화로 이번에도 관객들의 마음을 빼앗게 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tongil77@sportsworldi.com
사진=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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