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이 빨리 변해서일까? 14년이라는 시간이 길게 느껴져서 일까? 올 한해 대중문화계를 들여다보면 2000년대 향수에 흠뻑 젖어있는 분위기다. 지난해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야기한 90년대 문화가 이제는 좀 더 진보한 2000년대로 옮겨온 듯한 느낌이다
우선 가요계를 살펴보면, ‘지오디(god) 15주년 프로젝트’가 눈에 띈다. 신곡 ‘미운오리새끼’는 발매와 함께 국내 음원 차트 1위를 석권했고, 지오디 15주년 콘서트는 매진 행렬이 이어지면서 당초 서울 공연에서 전국투어로 이어졌다. 콘서트에서 이들은 ‘어머님께’·‘사랑해 그리고 기억해’·‘거짓말’·‘길’·‘다시’·‘촛불하나’ 등 2000년대를 수놓았던 히트곡들을 열창하며, 전국을 하늘색 풍선으로 물들였다. 2000년대 초 그룹이 지오디였다면, 솔로 가수는 조성모. 조성모는 지난 5월 tvN ‘SNL코리아’에서 2000년대 자신이 출연했던 ‘초록매실’ CF를 패러디하며, 2000년대 향수를 뿜어냈다.
TV CF에서도 2000년대를 느낄 수 있었다. SK텔레콤의 ‘30주년 기념’ CF가 주인공으로, 창사 30주년을 기념해 ‘스피드 011’부터 ‘잘생겼다’까지 대표 브랜드의 광고 대표작들을 모았다. ‘스피드 011’ 대표작 한석규의 ‘산사’편 CF, 1020 세대를 겨냥한 임은경의 ‘TTL’ 광고, 2002년 한일월드컵 ‘붉은 악마’편, 2006년 대중들의 공감을 이끈 ‘생활의 중심-현대생활백서’ 시리즈가 그 예로. 광고를 보면, 2000년대 디지털 문화의 변혁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렇듯, 2014년 대중문화를 이끈 2000년대 열풍은 ‘과거에 즐겼던 문화의 흔적을 되새김질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과거에 즐겼던 문화의 흔적을 되새김질하고, 과거의 흔적을 통해 잊었던 과거의 감성과 꿈을 다시 반추하는 경험을 하고 있는 것. 한 대중문화 평론가는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특히 올해는 여러가지 사건·사고가 많았던 만큼, 대중들에게 옛 시절과 추억을 그리워하는 복고 콘셉트가 뜨고 있다”며 “현대인들은 복고를 통해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위안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정욱 기자 jjay@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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