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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클리닉을 방문하는 아이들 중에 쌍둥이인 경우에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된다. 일란성인 경우엔 비교적 동일한 키를 유지하지만 이란성 쌍둥이인 경우엔 예측이 어렵다. 요즘엔 키를 좌우하는 요인 중에 유전이 23%, 후천적인 요인이 77%라고 한다. 만일, 키가 유전이라면 쌍둥이의 키는 같아야 하지만 실제는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 청소년의 평균키는 약 15년 단위로 5㎝가량 더 컸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1965년 남자 163.7㎝, 여자 156.9㎝에서 해마다 늘어 2011년에는 174, 162㎝로 조사됐다.

 최근 방문한 초등학교5학년 일란성 쌍둥이 자매의 경우에도 키 차이가 벌써 10㎝나 차이가 난다. 5분 먼저 나온 언니는 잠을 너무 안자고, 먹는 것도 부실하고, 감기도 자주 걸리면서 짜증도 심하다. 1년에 겨우 4㎝ 정도밖엔 안 크니 어릴 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2살 터울인 자매처럼 보인다.

 반면에 동생은 완전히 반대다. 잠도 많고, 아무거나 잘 먹고, 너무 건강해서 감기도 잠깐 스쳐가는 정도다. 그리고 성격도 너무 밝고 낙천적이고 매사 항상 즐겁고 잘 웃는 편이다. 프랑스 인류학자 니콜라 에르팽은 ‘키는 권력이다’라는 저서에서 ‘키 큰 인간 종자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경제력이나 사회여건 교육 문화 수준에 따라서 성장잠재치까지 갈수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키가 차이가 난다고 강조했다. 여러나라를 비교 연구해 본 결과 어릴 때부터 영양이 부실하고, 노동을 하거나 의료혜택을 누리지 못하였다면 상대적으로 덜 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례로 1970년대 중반 과테말라에서 내전으로 마야인디언 약 100만 명이 미국으로 이주했다. 2000년에 어릴 때 과테말라를 떠난 많은 이민자들의 키를 측정했다. 첫 번째 키 측정이 있은 지 30년 후, 같은 연령대의 아메리카 마야인은 평균 10㎝가 더 커져 있었다. 새로운 나라에서 물질적으로 풍족한 혜택을 누린 덕에 30년이 지나자 평균 10㎝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모국에 있는 같은 연령대의 마야인의 키는 여전히 작은 상태였다. 이 사례는 어릴 때 영양 상태와 경제적인 환경, 의료 기술의 발달이 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려준다.

 1년에 4㎝ 미만으로 커 왔던 쌍둥이 언니는 본격적인 성장치료를 시작했다. 검사를 해 본 결과 뼈 나이는 1년 정도 어린 상태였고, 성장호르몬의 분비는 정상이었지만 평균 범위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었다. 그 외는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우선 식욕부진을 잡아야 했다. 하이키한의원 성장클리닉 박승만 원장은 “비위를 건강하게 하는 한약 처방과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할 수 있는 하이키성장탕을 배합해 치료했다”면서, “1개월 정도가 지나자 키성장을 방해하는 증상들이 하나씩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조금씩 입맛이 살아나서 밥 먹는 양이 늘기 시작하고 살코기도 조금씩 먹기 시작했으면 우유를 마셔도 속이 편하다고 했다. 3개월이 지나자 점점 건강해지고 키도 제법 많이 컸다. 짧은 기간이지만 오히려 동생보다 조금 더 컸다. 검사결과 성장호르몬 수치도 증가했다. 어머니는 키도 잘 컸지만 우선 짜증이 줄고 맘이 편해지는 것 같아 너무 좋아했다. 비록 쌍둥이라 해도 몸 상태에 따라서 키 차이도 달라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원익 기자 wick@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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