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말끼리 교배로 진화한 역용마
미니말 '바우'와 몸무게 16배 차
다음달부터 관람객에 공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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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큰 '타이거'(820kg)와 작은 말(50kg)인 '바우'. 말도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
생김새는 분명 우리가 보아오던 말이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과연 이게 말이 맞긴 한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생경한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말의 키(발꿈치에서 등까지의 높이)는 장정의 키를 훌쩍 넘는 210cm였으며, 머리를 들면 그 끝이 지면으로부터 3m가 넘어간다.
이상은 부경경마공원에서 관람객에게 사진촬영용으로 고가에 수입해 온 세상에서 가장 큰 말 품종인 샤이어종의 ‘타이거’와의 첫 대면 현장이다. 몸무게도 경주마의 2배에 가까운 820kg의 거구다. 하지만, 생김새와는 달리 그 성격은 매우 온순해 아이들이 옆에 가거나 큰 소리에도 미동 없이 눈만 껌벅하고 만다. 이런 부분은 흡사 ‘소’같았다. 하지만 ‘타이거’는 분명한 ‘말’이었다.
‘타이거’가 부경경마공원 승용마 하우스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관계자들이 분주해졌다. 큰 덩치의 ‘타이거’가 편히 쉴 수 있도록 마방을 다듬고 깔짚도 다른 말에 비해 넉넉히 까는 등 관리사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문제는 말에게 신발을 맞추는 장제(말발굽 보호를 위해 편자를 끼우는 작업)였다. 장제사는 ‘타이거’의 발굽을 보고 기겁하며 돌아서야 했다. 보통경주마 편자는 둘레가 약 35cm내외인데, 샤이어의 발굽 둘레는 75cm여서 편자를 새로 맞춰야 하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준비해온 가장 큰 호수의 편자로는 작업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대형 편자를 별도로 주문해야 했던 것. 때문에 ‘타이거’는 이틀 후에나 발에 맞는 편자를 신을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타이거’는 함께 살아가야할 친구들과 함께 지내게 되었는데, 새로운 말이 승용마 하우스에 들어가는 이른바 입방식을 치른 결과 옆방의 친구는 우연하게도 부경경마공원에서 가장 작은 말인 미니호스 ‘바우’였다.
미니호스 ‘바우’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말의 품종인데 우리나라 토종개보다도 작다. 키가 30cm가 채 안 되는 체구를 지녔으니 샤이어보다 7배나 작고, 몸무게는 50kg이어서 샤이어의 16분의 1이다. 발굽도 10cm내외, 그래도 미니호스 ‘바우’와 ‘타이거’는 말의 조상 ‘에오히푸스’에서 진화한 같은 말이다.
어떻게 이처럼 다른 크기로 진화했을까. 이러한 이면에는 용도에 따른 교배에 그 비밀이 숨겨져 있다. ‘타이거’와 같은 샤이어종은 오랜 세월 골격이 큰 말끼리의 교배를 통해 마차를 끄는 말인 역용마(役用馬)로 진화했다. 미니호스는 작은 말끼리 교배를 통해 점점 더 작게 진화해갔다. 작은 말의 필요는 그 크기가 작은 광산의 갱도로부터 광물을 실어 나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던 것이 요즘은 반려동물이나 관상용으로 인기가 높고, 어린이 승마용으로도 안성맞춤이다.
한편, 부산경남경마공원은 오는 7월부터 ‘타이거’와 ‘바우’ 두 마리의 말을 한 장소에서 관람객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공개하게 될 장소는 호스토리 내 말체험 전시관으로 대형 방목장과 마방에 이동하며 전시될 예정이다. 과연 두 마리 중 어느 말이 더 인기가 많을지도 관심거리다.
배병만 기자 ma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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