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캐릭터 벗어나고파 큰 맘 먹고 도전
40대 여성들 영화보고 일종의 대리만족 느꼈으면…
김혜선. 지금껏 안방극장을 주무대로 착하고 소박한 여인네로 등장했던 단아한 이미지의 여배우였다. 1990년대 초반까지 영화에 간간이 모습을 드러냈던 김혜선. 특히 영화 ‘화엄경’에서 보여준 연기도 화제를 모았지만 그래도 안방극장에서의 김혜선이 익숙하다. 그런데 느닷없이 40대에 접어든 김혜선에게 노출이 포함된 파격적인 멜로연기라니. 일단 그 이유부터 들어봤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죠. 결혼하면서 드라마만 해왔고 영화계는 어쩌다보니 인연이 닿질 않았어요. 그러다가 박헌수 감독님을 알게 됐고 어느날 시나리오를 주시는데 상상도 못할 만큼 야한 거예요. 설마 제게 하라는 건 아니겠지 싶어 떠오르는 여배우들을 상상했는데 저보고 하라고 하시는 거예요. 당연히 못하겠다고 했죠. 그런데 누군 해봤느냐면서 설득에 들어가시더라고요. 속으로 생각해보니 이 기회가 아니면 이런 역할을 해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사실 저도 지금까지 해온 것과는 다른, 색다른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마음 먹었죠.”
사실 김혜선은 20대 시절에도 영화 제의를 종종 받아왔지만 그 때만 해도 상상할 수도 없었던 노출신 때문에 드라마에만 매진해왔다. 당시만 해도 웬만한 영화에는 베드신이 한 두 컷은 들어가던 시절이었다. 이제서야 노출 연기에 도전하게 된 김혜선은 스스로 40대가 됐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말로 겸손해 했지만 배우이기 이전에 여자로
서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을 터. 특히 나이 든 여배우들에게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 기회지만 이미 오랜 시간 구축해온 자신의 이미지가 확 깨질 수 있음에도 이를 감행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가진 자만이 잃는 걸 두려워하는 법이다.
“40대 여성들에게 일종의 대리만족을 드리고 싶기도 했어요. 나에게도 이러한 끼가 있구나 하는 발견부터 보람과 희열감까지 영화와 드라마를 통틀어 한 번도 보여드리지 못한 면을 드러낼 수 있으니까요. 물오른 느낌을 보여드리고 싶기도 했고요. 아무튼 큰 마음 먹고 했답니다.”
배우가 선을 긋기 시작하면 연기로 변신할 수 있는 다양한 캐릭터를 경험할 수 없다. 하지만 배우도 일반인들처럼 자신이 가진 이미지를 쉽사리 깨지 못한다. 하지만 김혜선이 연기한 영화 속 희숙은 그 어떤 여배우가 연기한 캐릭터들보다도 위대하고 멋져 보인다. 남자가 보기에도. 요리학원을 경영하며 연애 감정을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던 희숙이 젊은 제자이자 요리사 지망생인 민수(김산호)를 유혹해 사랑을 나누는 모습에서 그 어떤 중년의 남자보다 더욱 성적 마력과 카리스마가 넘친다. 김혜선이기에 파격적이고 김혜선이기에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연기의 장이 펼쳐지는 셈이다.
김혜선은 이번 작품을 시작으로 1년에 한 편씩 영화와의 인연을 맺어나갈 계획이다.
글 한준호, 사진 김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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