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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칼럼]대나무에서 삶의 지혜를 찾는다

입력 : 2008-12-15 21:18:37 수정 : 2008-12-15 21: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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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연 SADI 기초학과 교수
청춘이 아름다운 것은 열정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의 청춘을 한 번 돌아보노라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것이 하나있다. 미술학도였던 나는 대학시절 배웠던 중국 남북조시대 때 사혁의 화론육법 가운데 기운생동(氣韻生動)이 나를 사로잡았었다.

그림의 테크닉이나 밖으로 표현되는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더 크게 가치를 부여한 곳이 기운생동 즉 작품의 내재되어있는 생명력을 뜻하는 내용이었다. 기운생동은 작품을 총체적으로 관찰하였을 때 최고로 요구되는 정신적 감정과 공간적 감각, 그리고 운률적 감정과 생명적 감정, 생동적 감응력을 포함하는 것을 말한다.

다른 말로 한 폭의 작품 속에 깃들인 정신적이고 생명이 깃든 영혼이라 할만하다. 나는 이러한 기운생동에 이르기 위해 단전호흡(국선도)을 하루도 안 빠지고 거의 7년여 간 열심히 했고 기운의 흐름을 직접 느끼려고 애썼던 지극한 노력이 떠오른다. 그 이후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그곳에서 하나님과의 만남으로 나의 근본을 찾았고 참 생명과 진리를 발견했던 것이다. 지금 돌아보면 그러한 청춘의 열정이 바탕이 되고 지난한 노력이 쌓여 세계관이 성숙되는 것이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무에서 유로 가는 과정이다. 예술은 자기 속에 잠재된 무한히 숨겨진 한 가닥을 끄집어내는 과정이다. 그림은 마음을 따를 수 있어야 하고 진실한 영혼을 담아내는 살아있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 그 무한한 질서의 한 가닥을 잡아내는 것이 예술이다.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창조의 순간, 무한한 자유로움을 위해 우리는 열려야 한다. 마음이 죄로부터, 욕심으로부터 닫혀질 때 우리는 상처를 주고받는다. 대화가 단절되고 사랑이 식어가고 감성은 이상하게 왜곡되어 지는 것이다. 우리에게 대가없이 주는 자연, 이를테면 해와 달과 별, 푸른 하늘, 숲, 흐르는 물, 맑은 공기 등에 감사해야 하는 소박한 마음의 그릇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는 자연의 주제 중 대나무를 내 그림의 소재로 즐겨 삼는다. 흔히 대쪽같다 할 때 부정, 부패와 타협하지 않고 지조를 굳게 지키고 유일하게 속이 비어 있는 나무이다. 예로부터 충성심과 절개, 강직함을 상징하는 대나무로 마음을 비우고 천지의 도를 행하는 군자라 하여 사군자의 하나로 들어갔다.

대나무는 겨울에도 푸른 잎을 유지하는데 지구상에서 가장 왕성한 성장활동을 하는 초자연적 힘을 가진 나무이다. 다른 식물들이 침범 못하고 눈보라가 몰아쳐도 모양새가 변치 않는데 그 이유는 대나무가 따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밖으로 줄기가 뻗을 때 까지 땅속에서 거미줄처럼 줄기를 확장해 가는데, 때가 올 때까지 자신을 겸손하게 낮추며 기다린다.

한 해가 저무는 이 즈음 우리 조상들의 정신적 버팀목으로 자리 잡았던 대나무에서 삶의 지혜를 얻는다.

이정연 SADI 기초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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