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은아는 순수함과 동시에 톡톡 튀는 매력마저 지닌 산뜻한 캐릭터를 지니고 있었다.
영화 ‘잔혹한 출근’이나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 등 코믹발랄한 작품들에서 자신의 이미지와 캐릭터를 마음껏 발산하던 고은아가 오는 18일 개봉되는 스릴러 영화 ‘외톨이’에서 ‘히키코모리’라는 은둔형 외톨이로 변신, 관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역할을 맡았다. 세상과 단절된 채 집에만 틀어박힌 채 살아가는 사람들을 일컫는 ‘히키코모리’는 1970년대 일본에서 처음 나타나기 시작해, 1990년대 중반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국내에도 90년대말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방콕족’(방안에 틀어박혀 사는 사람들)과 비슷한 증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심지어 이들은 묻지마식 살인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 깜찍하고 톡톡 튀는 이미지의 고은아가 히키코모리라니 쉽게 납득이 되질 않았다.
“일단 시나리오의 제목인 ‘외톨이’만 보고 출연을 결정했어요. 제목이 마음에 와닿더라고요. 히키코모리는 영화 시나리오를 보고 촬영에 들어가면서 처음 접하게 됐어요. 각종 관련 자료 화면이 많아서 자료 수집이 그다지 어렵진 않았어요. 어쨌든 선택당하는 입장이니 고마웠죠.”
고은아가 이번에 맡게 된 정수나란 역할은 영화에서 초반에 똑똑하고 천사같은 미소를 지닌 여고생으로 나온다.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삼촌과 할머니 슬하에서 지내고 있던 정수나는 단짝친구를 잃은 후에 히키코모리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고 갈수록 심각한 상황에 빠져든다. 영화는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촬영이 진행됐으며 무언가 수상쩍은 분위기 조성을 위해 4억원을 들여 광주광역시 인근에 저택 세트를 짓기도 했다. 무엇보다 고은아는 이번에 제대로 된 영화의 주인공을 맡았다. 그래서 포스터에도 고은아의 섬뜩한 모습이 담겼다.
“저도 사실 시나리오를 처음 접할 때에나 촬영할 당시에는 주인공이란 자각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막상 포스터에 제 모습이 크게 나가는 걸 보니까 실감이 나면서 동시에 부담이 느껴지더라고요.”
고은아는 공포영화 마니아이기도 하다. 여름에 개봉되는 호러나 스릴러 영화는 모두 챙겨볼 정도다. 올 여름에는 앞서 개봉된 호러 영화 ‘고사:피의 중간고사’(이하 ‘고사’)도 촬영 중간에 시간을 내 관람했다.
“‘고사’는 참 재미있게 봤어요. 저도 비슷한 장르의 영화를 촬영 중이었기 때문에 좋은 자극제가 됐죠. 그런데 올 여름에는 ‘외톨이’ 촬영 때문에 ‘고사’ 말고는 다른 공포영화를 못봐서 아쉬워요.”
이번 영화를 통해 고은아는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섬세한 공포물에 어울리는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자신의 출연작을 보고 스스로의 연기에 100% 만족하는 배우는 없겠지만 고은아로서는 아쉬움과 함께 새로운 연기 영역을 개척했다는 자부심도 생겼을 터.
“공포 연기는 섬세하기 때문에 표정 하나하나에 무척 신경을 많이 써야 해요. 아무튼 리얼하게 보여주기 위해 저 자신을 버리고 제대로 된 연기를 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기울였어요. 영화 촬영이 끝나고나서 촬영 감독님이 제게 그러더라고요. 처음 봤을 때는 고등학생 같더니 영화 촬영이 진행될수록 여자로 보이더라고요. 이번 영화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기뻐요.”
첫 공포 영화로 호러퀸에 도전하는 고은아에게 물론, 아쉬움도 많았겠지만 차근차근 배우의 내공을 쌓아나가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스포츠월드 글 한준호, 사진 전경우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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