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열린 여자 67㎏이상급 준결승 두 번째 경기 직전, 세계태권도연맹(WTF) 관계자는 돌연 “중국의 천중과 영국의 새라 스틴븐슨의 8강전에서 중국 선수가 이겼으나, 영국 선수가 이긴 것으로 정정한다”고 발표했다. 종료 직전 스티븐슨이 안면 공격을 성공시켜 2점을 얻었지만, 인정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결과를 번복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판정 번복이 경기 종료 1시간 뒤 발표됐다는 게 문제. 천중의 올림픽 3연패를 기대했던 중국 관중들은 흥분하기 시작했고, 스티븐슨은 준결승에서 엄청난 야유 속에 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판정 번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남자 80㎏이상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앙헬 발로디아 마토스(쿠바)가 주심을 가격한 사건이 발생한 것. 아만 칠마노프(카자흐스탄)에 뒤지던 마토스는 2라운드 도중 발을 다쳐 응급 치료를 받았는데 치료 시간 1분이 지나도록 일어서지 못했고,주심은 곧바로 칠마노프의 기권승을 선언했다.
이에 갑작스런 패배 선언에 항의하던 마토스는 앞돌려차기로 심판을 공격해 최악의 판정 시비 장본인이 됐다. 또 천중의 패배에 열이 받은 중국 관중들이 마토스를 지지하는 사태로 번졌다. WTF 측은 판정 번복 뒤 “태권도가 공정한 스포츠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자화자찬했고 마토스에겐 “선수와 코치를 영구 출전 정지시킨다”고 신속한 발표로 진화에 나섰으나 관중들의 외면 속에 경기는 맥 빠진 분위기로 끝나고 말았다. 외신들은 두 사건을 속보로 긴급 타전하며 태권도의 치부를 드러냈다.
여기에 한국의 ‘금메달 싹쓸이’도 악영향으로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은 출전 4명이 사상 처음으로 모두 금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룩했지만,오히려 국제 스포츠계에 “태권도가 여전히 한국 중심 스포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진감이나 긴장감이 없어 재미가 떨어지고, 전문가들조차 득점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기존 인식도 여전히 떨치지 못했다. WTF는 2102년 런던올림픽에서 전자 호구를 도입해 판정 시비를 최대한 줄인다는 계획. 그러나 지난 해 전국체전에서 처음 도입됐던 전자호구 역시 문제점을 드러낸 바 있어 해결책이 될 지는 의문이다.
베이징=스포츠월드 올림픽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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