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과 기쁨이 충만한 가족은 꼭 혈연에 의한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에 의해서만 가능할까. 가족의 의미는 항상 이러한 전통적인 관계의 틀 안에서만 생각돼왔다. 그러나 현실 속 대부분의 가족이 이런 관계에 기초한 것은 아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두 가족 역시 마찬가지.
어머니 몰래 집에서 자위를 하고 남자친구 병석(김동욱)과 맘껏 섹스도 하는 그야말로 자유분방하게 젊음을 만끽하고 있는 20대의 발랄한 미대생 노유진(조윤희)은 마냥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또다른 아픈 현실이 숨겨져 있다. 그의 어머니 정임(김청)은 게이 남편을 둔 죄로 늦도록 독수공방하고 유진 역시 그런 아버지로 상처를 안고 산다. 어쨋든 전통적인 가족의 모습은 아닌 셈. 유진의 남자친구 병석 역시 첫사랑 때문에 가족을 버린 아버지(정승호)와 작가로 성공했지만 그런 아버지 때문에 막나가는 어머니 때문에 집을 나와 호스트바 종업원으로 생활비를 번다.
뭔가 하나가 부족한 듯 보이는 유진과 병석의 가족은 극단적이긴 하지만 현실 속 결손 가족의 전형을 영화는 제대로 그려낸다. 여기에 사랑과 믿음보다는 상처와 불신이 팽배해 있는 가족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새로운 희망을 차근차근 보여준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김청의 내숭 연기와 베드신, 청순한 이미지의 조윤희가 보여주는 파격적인 변신도 기대를 모은다. 작지만 사랑스러움이 충만한 영화다. 18세 관람가. 27일 개봉.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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