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영화에서 건달의 세계에 몸을 담은 이들 네 남자는 한 때 해맑은 웃음을 공유하는 친구였지만 돈, 개인적 욕망 등 때문에 뒤틀린 관계가 된다. 돈을 챙겨 조직을 떠나고 싶었던 우민(송승헌)은 실패한 작전의 책임을 혼자 지고 2년간 옥살이를 마친 뒤 돌아와, 마약에 의지하는 폐인이 돼버린 도완(김인권), 친구를 배신해 조직에서 홀로 승승장구한 철중(권상우) 등과 대면한다. 조각 난 이들의 관계는 더욱 꼬이고 꼬여 결국 서로를 죽고 죽이는 비극으로 치닫는다.
송승헌과 권상우는 한류스타이자 몸짱스타다. 이 영화에서 대립각을 세우며 ‘투톱’을 이룬 두 남자는 운명적 사랑을 노래하던 꽃미남의 순정 대신 거친 액션에 몸을 던져 사나이의 야성을 드러내겠다는 변신의 이빨을 드러냈다.
송승헌과 더불어 지성, 김인권 등도 군대에서 돌아온 뒤 처음 이 영화로 스크린 복귀전을 치렀다는 공통점이 있어 이래저래 ‘숙명’에는 쟁쟁한 남성배우들의 각별한 의욕이 꽉꽉 들어차있다.
이같은 표면적인 화제성은 ‘숙명’을 관람하는 데 제법 시선 집중의 동기로 작용한다. 초반부터 1대 다수의 격투신을 작렬하는 미남배우들을 비교 감상하는 것도, 권상우가 말끝마다 험한 욕설을 내뱉으며 악인의 제스쳐를 취하는 대목도 눈과 귀를 각성시킨다.
그러나 그 배우들의 변신이 주는 흥미로움은 배신과 파국의 잔혹하고 가련한 내러티브와 합일점을 찾지 못한다.
낯설게 겉도는 배우들의 연기와 그들의 화보같은 이미지에 한 눈을 판 화면은 선과 악의 경계를 떠난 극중 인물의 비루한 집착과 질주로 가슴 가득 연민과 위로를 머금게 만들겠다는 영화의 속살과 따로 논다.
송승헌은 여전히 ‘울까 말까’하는 예전의 표정을 연발하고 있고, 권상우는 너무 귀여운 ‘버락왕자’가 돼버렸다.
이정재 정우성 주연의 ‘태양은 없다’와 같은 투톱 영화의 팽팽한 매력도, ‘친구’와 같은 매력적인 비장감도 얻지 못한 ‘숙명’은 두 한류스타에게 하고 싶은 것과 잘 할 수 있는 것의 경계, 그리고 열정을 설득시킬 수 있는 무대를 선택하는 현명함 등 여러 숙제를 안겨준 작품인지도 모른다. 20일 개봉. 청소년관람 불가.
조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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