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의 홈런왕’ 이승엽(32)이 자칫 묻힐 뻔 했던 과거사를 하나 둘 털어놨다. 어떤 대목에서는 진지하기 이를데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좌우로 가로 젖다가, 또 어떤 대목에서는 익살스럽게 당시의 표정과 말투를 흉내 내어 좌중을 웃겼다. 이름하여 이승엽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그 가운데 몇 가지를 소개한다.
비화(秘話) 1-‘눈물의 의미’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03년 12월11일, 이승엽은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삼성을 떠나 일본 프로야구 진출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이승엽은 준비한 회견문을 읽던 중 갑자기 펑펑 눈물을 쏟았다. 많은 팬들은 그 눈물의 의미에 대해 격론을 벌였다. 가장 설득력을 얻은 것은 ‘메이저리그 진출이 허무하게 좌절되자, 자존심이 상해서였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이승엽 본인은 이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승엽은 4년 전 눈물의 의미에 대해 “정말 많은 분들이 메이저리그에 못 가게 돼서 울었다고 생각하시던데, 절대 아닙니다”라고 직접 해명했다. 이승엽이 밝힌 눈물의 이유는 바로 ‘정’. “그날 기자회견장에 온 삼성 관계자를 보니까 9년간 정 들었던 것이 갑자기 주마등처럼 떠오르면서 ‘고향을 떠나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비화(秘話) 2-‘우리 사실 친해요’
올 시즌 이병규가 주니치 드래곤즈로 이적하며 이승엽과 이병규의 맞대결이 심심치 않게 벌어졌다. 특히 1루수 이승엽과 1루 주자 이병규가 함께 방송화면에 잡히는 일도 여러 번 나왔다. 그런데 두 선수가 서로 말도 잘 안 나눠 팬의 의아함을 샀다.
이에 이승엽은 “사실 병규형하고 사이 좋아요”라고 껄껄 웃었다. 이승엽은 “요미우리는 경기 중에 선수들에게 집중력을 많이 요구해서 사소한 잡담은 잘 못하는 분위기죠”라면서 “시즌 초에 병규형이 1루에 와서 말 걸으면 말 안 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입 다문채로 ‘형, 경기중이야, 경기중’이라고 힘들게 말하곤 했다”며 졸지에 ‘복화술사’가 됐던 일화도 소개했다.
대구=이원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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