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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로 산책]''기본을 지키는 사람'' 되자

입력 : 2006-02-22 14:53:00 수정 : 2006-02-22 14: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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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월 선생의 아들 박동규 교수가 해 주신 이야기이다. 그가 학교 다닐 때 교양철학 기말고사로 나오는 문제는 십수년간 똑같았다고 한다. 그런데 좋은 학점을 받은 이는 극히 적었다고 한다. 문제는 간단했다. ‘신호등에 대해 써라.’ 이 간단한 문제에 대한 족보가 내려올 만도 했건만 용한 족보는 없었나 보다. A학점을 받은 선배에게 술자리에서 들은 모범답안인즉슨 ‘빨간 불일 때 서고 파란 불일 때 가자’란다. 기본을 지키라는 이야기다.
그 후로 40년이 지났건만 원칙의 중요성은 아직도 대접받지 못하는 것 같다. 요령을 잘 피우는 사람은 급변하는 사회에 잘 적응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우직하게 원칙을 지키는 사람은 멍청이로 취급받는다. 이러니 누구도 나서서 바보가 되려 하지 않는다. 본받을 만한 사람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이유이다.
원칙과 기본의 관점에서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면 복잡다단한 세계를 꿰뚫어 보는 혜안이 생긴다. 무함마드(모하메트)를 풍자한 덴마크 신문 만평 사태가 유럽과 중동 간의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고 서구 언론들은 ‘표현의 자유’를 소리 높여 외치지만 나는 이 사태의 본질은 ‘상대방이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것에 대한 몰지각한 행동과 구차한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이 안 되어 있는 것이다. F학점이다.
한국은 어떤가. 얼마 전 과거 운동권 인사의 자녀 사망에 대한 악플 사태를 단호히 대처한 검찰의 법집행에 우리 사회는 박수를 보냈다. 기본을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일을 할 때나 운전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기본을 안 지키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이득을 볼지 모르지만 후일에는 꼭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을 보아 왔다. 모든 일이 마찬가지이다. 당장은 손해 보는 것 같아도 기본을 지키는 행동은 하면 할수록 그 비용은 줄어들고 효과는 커진다.
공자님 말씀에 무릇 일행이 세 사람만 되어도 그 중에 나의 스승이 있다고 했거늘, 수많은 관계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자신의 인생의 좌표가 되어 줄 스승을 많이 가지고 있지 못한 것 같다. 빨간 불일 때 서고 파란 불일 때 가는 사람을 쉽사리 찾기 힘들어서가 아닐까.
어느덧 퇴근 시간이다. 오늘 회식은 기본 주량을 지켜야겠다. 그리고 집 앞 횡단보도도 꼭 지켜야겠다. 누가 보든 안보든.

엄기웅 코트라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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