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가 하늘을 나는 새들을 보며 부러워했다.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이를 알게 된 두루미 두 마리가 나뭇가지를 구해왔다. “나뭇가지를 꽉 물어. 하늘을 나는 동안 절대 입을 열면 안 돼.” 발아래 펼쳐진 풍경, 들판에 있던 아이들의 환호성에 어깨가 으쓱해졌다. 참지 못한 거북이는 “하늘을 날고 있다”고 외친 뒤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한국 체육계의 일부 선수들의 모습이다. “군대 안 간다”, “병역특례 하나 보고 뛰었다” 등 영광에 취해 하지 말아야 될 말들을 쏟아냈다. 아시안게임(AG) 금메달이라는 성취를 이뤄내고도 경솔한 언행으로 국가대표의 품격이 땅에 떨어졌다.
영광의 순간에 선배들이 보여준 모습과 비교하면 씁쓸함은 더 커진다. 손흥민(LAFC)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금메달 획득 직후 병역특례라는 보상보다 태극마크의 가치를 먼저 앞세웠다. 그는 “오직 우승을 위해 모인 자리였다”며 “그 목표만을 바라보고 뛰었기에 동료들에게도 그 점을 가장 먼저 강조했다”고 말했다. 기성용(포항) 역시 “한국은 여전히 분단 국가다. 프리미어리그 선수라고 해서 특별한 취급을 바라지 않는다”며 “만약 국가가 나를 필요로 한다면 나는 거기에 있을 것이고 또 싸울 준비가 됐다”고 군인에 대한 존경심과 국민의 의무를 무겁게 받아들였다.
사실 병역 특례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서도 한 단체 구기 종목에서 논란이 일어났다. 대표팀 선발부터 전력에 필요한 선수가 아닌 병역 미필 선수를 뽑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값진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대표팀이 국위선양보다는 병역 해결 수단이 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이보다 앞서 금메달 획득 후 체육요원으로 편입된 한 선수는 봉사활동 증빙 서류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적 공분을 샀다. 해당 선수는 국가대표 자격 영구 박탈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현행 병역법 예술·체육요원 제도에 따르면 AG 금메달이나 올림픽 동메달 이상의 성적을 거둔 선수는 체육요원으로 편입될 수 있다. 3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34개월 동안 해당 분야에서 총 544시간의 봉사활동을 이수하면 된다. 이 제도는 1973년 마련됐다.
논란이 이어지면서 병역 특례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이뤄질 조짐이 보인다. 국방부는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예술·체육 요원을 포함하는 보충역 감축·폐지를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반영해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병역특례 제도는 체육 발전에 기여한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이다. 혜택에 대한 감사함은 물론 태극마크의 무게감, 국가를 대표한다는 엄중한 책임감이 전제돼야 한다. 이 부분을 등한시한다면, 하늘에서 떨어진 거북이와 같은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제도의 변화에 앞서 국가대표 선수들의 마인드셋을 바로 잡아야 한다. 이번 논란에서 확인했듯 일부 어린 선수들의 표현 방식에는 깊은 생각과 소양이 통째로 결여돼 있다. 생각의 틀과 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한국 체육계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 성적 지상주의에만 급급해 온 과거를 돌아봐야 한다. 국가대표로서 갖춰야 할 인성과 소양 교육을 방관해 온 책임을 피하기 힘들다. 사후 수습성 징계나 임시방편에 그쳐선 안 된다. 태극마크의 진정한 가치를 일깨우는 실효성 있는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체육계 모두가 컨트롤타워를 다시 단단히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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