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잔칫날, 살림꾼이 축포까지 책임졌다. 장준원(KT)이 아치 두 차례로 팀의 정규리그 우승을 거들고 구단 유격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치웠다. 프로 데뷔 13년 차에 맺은 결실, 이 기록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장준원은 5일 수원 KT 위즈파크서 열린 롯데와의 홈경기에 9번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2홈런) 4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하위 타순에서 터진 장준원의 장타를 앞세운 KT는 9-0 완승을 거두고 5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구단 유격수 홈런 기록도 함께 바꿨다. 4-0으로 앞선 1회말 2사 1, 3루서 김진욱의 직구를 잡아당겨 좌월 3점포를 터뜨렸다. 시즌 6호포로 2021년 심우준의 기록과 동률을 이룬 뒤, 6회말 김한결을 상대로 다시 왼쪽 담장을 넘겼다. 7-0에서 추가점을 낸 솔로포로 마법사 군단 소속 유격수 최초의 한 시즌 7홈런을 완성했다.
장준원은 “점수를 낼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생각했던 곳에 공이 들어와 스윙을 돌렸는데 운 좋게 두 개의 홈런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점수가 이렇게 난 줄도 몰랐다. 무엇보다 내가 홈런을 쳐서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매 타석이 유독 소중한 데는 이유가 있다. 2014년 LG에 입단한 장준원은 2022년 KT로 옮긴 뒤에도 기회를 잡을 만하면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그는 “계속 부상이 있었고, 올해도 시즌을 시작하기 전에 다쳐 아쉬웠다”고 돌아봤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퓨처스팀(2군)을 오가며 자신을 다잡았고, 내야 여러 자리에서 주어진 몫을 해내며 출전 기회를 이어갔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은 안타가 지난달 23일 NC전에서 통산 100개에 닿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장타로도 존재감을 키운다. 지난해까지 쌓은 통산 홈런은 6개였지만 올해는 159타석에서 7개를 쳤다. 타점도 개인 한 시즌 최다인 26개로 늘렸다. 장준원은 “중장거리 타구를 만드는 게 추구하는 방향”이라며 “타석 수가 많지는 않지만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곁에는 애정 어린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선배도 있다. 팀 최고참 김현수다. LG 시절부터 인연을 쌓은 장준원은 지난 스프링캠프부터 KT표 ‘현수 스쿨’ 수강생으로도 재차 함께하고 있다.
김현수는 “LG에서 같이 뛸 때부터 업어 키운 건 맞다”고 웃으며 “진짜 열심히 하는 선수인데 여기서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좋은 능력을 가져서 더 눈길이 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친한 사람한테 더 서슴없이 다가가는데 (장)준원이는 잘 받아준다. 그런 케미가 있다”고 미소 지은 바 있다.
선배의 조언을 받아들이듯 동료와의 경쟁에서도 서로 힘을 보탠다. 유격수 자리를 놓고 겨루는 권동진을 두고 장준원은 “가진 게 너무 좋은 선수”라고 말했다. 이어 “경쟁도 있지만 한 경기 한 경기 이기는 데 집중한다. 누가 나가면 벤치에 있는 사람이 진심으로 응원하고, 서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포스트시즌에서도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KT는 이제 한국시리즈를 바라본다. 장준원에게는 그때까지 남은 경기 역시 허투루 보낼 수 없는 기회다. 구단 유격수 최다 홈런 기록을 더 늘릴 여지도 있다.
그는 “한 경기 한 경기가 너무 소중하다. 1위를 확정 짓고 남은 경기를 한다고 해도 내게는 한 타석 한 타석, 공 하나하나가 소중하다”며 “지금과 똑같이 최선을 다하고 이기려고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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