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째 프로야구 현장을 지키는 이강철 KT 감독에게 틀에 박힌 ‘정답’은 없었다. 해태 왕조의 주축 투수로 한국시리즈 MVP까지 품었고, 코치와 감독으로도 수차례 정상에 섰다. 예순을 넘긴 나이에도 상황에 맞춰 자신의 야구를 카멜레온처럼 바꿔 나간다. 올 시즌 KT를 다시 정규리그 정상으로 이끈 힘도 이 유연함서 나왔다.
최근까지도 가장 까다로운 숙제는 불펜이었다. 올 시즌 리그 전반에 뒷문 불안이 번진 가운데 KT도 마무리 박영현의 어깨가 무거웠다. 4일까지 멀티이닝 등판이 19차례로 리그에서 가장 많았다. 휴식이 필요하거나 아시안게임(AG) 대표팀 차출로 자리를 비울 때마다 대안을 찾아야 했다. 이 감독이 시즌 내내 “뒷문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고 했던 이유다.
해법은 한 명에게 기대지 않는 데 있었다. 손동현과 스기모토 코우키, 전용주, 우규민 등을 상황에 맞춰 앞뒤로 움직였고, 퓨처스팀과 재활을 거친 김정운도 승부처에 올렸다. 김정운은 9월 이후 14경기에서 14⅓이닝을 던져 3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하며 필승조로 자리 잡았다.
앞문도 마찬가지다. ‘투수 조련사’ 이 감독의 용인술이 재차 힘을 발휘했다. AG 이탈과 외국인 투수 중도 교체 등 변수가 이어졌지만, 그때마다 상황에 맞춰 자리를 메워 나간 것. 후반기 들어 배제성을 선발로 돌린 것도 그중 하나다. KT는 팀 평균자책점 4.23, 선발 평균자책점 3.96으로 모두 2위에 올랐고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65회로 리그 선두다.
야수 운용은 더 과감했다. 최근 3년 경기당 야수 사용 인원은 13.03명에서 13.21명, 올해 14.12명으로 늘었다. 오윤석(대타 타율 0.389)을 필두로 이정훈(0.327), 김민혁(0.316) 등 역시 힘을 보탰다. 팀 대타 타율(0.310)과 득점권 타율(0.301) 모두 리그 1위인 배경이다. 최원준을 앞세운 더블스틸 등 주루 작전도 승부처서 상대 벤치를 흔드는 카드가 됐다.
주전과 백업의 선도 일찍 긋지 않았다. 군 복무를 마친 류현인은 내야 여러 자리를 오갔고, 외야로 전향한 유준규에게도 꾸준히 1군 기회를 줬다. 반대로 시간이 필요한 선수는 기다렸다. 시즌 초 외국인 타자 샘 힐리어드가 타율 0.188까지 떨어지고, 14경기 연속 홈런이 없었을 때도 “너는 우리 팀의 4번타자”라며 힘을 실었다. 힐리어드는 41홈런 127타점으로 홈런·타점 선두에 올라 믿음에 답하고 있다.
지난달 KT에서만 통산 600승을 넘긴 이 감독의 8년은 곧 ‘마법사 군단’의 성장사와 겹친다. 최하위권을 맴돌던 막내 구단을 정상으로 끌어올린 뒤에도 그의 야구는 멈춰 있지 않았다. 올해는 더 많은 선수를 쓰고, 승부처에서는 더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믿어야 할 때는 오래 기다렸다. 한 경기의 무게가 커지는 단기전에서 이런 선택은 더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5년 전 첫 우승 때보다 단단해진 KT와 여전히 변화를 멈추지 않는 ‘강철매직’, 두 번째 통합우승을 향한 승부는 이제부터다.
수원=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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