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기뻤어요. 기뻤는데…”
촘촘했던 선발 맞대결. 심지어 선취점까지 내준 상황서 맷 데이비슨(키움)이 해결사로 나섰다. 특유의 파워를 선보였다. 높은 코스로 들어오는 직구에 주저 없이 방망이를 냈다. 힘을 실은 타구는 쭉쭉 뻗어 나가 그대로 담장을 넘겼다. 분위기 반전을 일구는 순간이었다. 이를 기점으로 키움은 차곡차곡 점수를 쌓았고, 끝내 역전승을 거뒀다. 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NC와의 ‘2026 신한 SOL KBO리그’ 홈경기서 4-2 승리를 노래했다. 시즌 44승(3무80패)째다.
의미가 있는 홈런이었다. 시즌 18호. 나아가 이 한방으로 데이비슨은 KBO리그 통산 100홈런 고지를 밟았다. 리그 역대 110번째 발자취다. 데이비슨은 2024시즌 NC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입성했다. 당시 46홈런으로 쏘아 올리며 타이틀 홀더가 됐다. 지난 시즌엔 36개의 대포를 신고한 바 있다. 올 시즌 전 구단 상대 홈런 또한 완성했다. 데이비슨은 “(통산 100홈런에 대해) 달성할 수 있을 거라고 항상 생각은 했는데, 조금 오래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100홈런 상대가 친정팀 NC였다.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같은 곳을 바라봤지만, 이제는 적이 돼 마주했다. 기분이 남다를 수밖에 없을 터.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데이비슨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아 보였다. 데이비슨은 “기분 좋았다”면서도 “NC서 방출된 후 곧바로 키움에 왔다. 다음 날 플레이를 해야 하는 상황서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많이 느꼈던 것 같다. 홈런을 쳐 분명히 기분은 좋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둥지를 옮겼다 해서 이전 기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데이비슨이 타석에 섰을 때, 키움 팬뿐 아니라 NC 팬들도 함께 응원가를 부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다만, 승부는 승부다. 프로라면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데이비슨은 “키움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끔 해주신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운을 뗀 뒤 “야구가 비즈니스라고 하지만, 경기장에서 플레이하는 것은 어디든 똑같다고 본다. 매일 열심히 뛰려 노력 중”이라고 끄덕였다.
조금씩 회복되는 장타력과는 별개로, 팀 성적은 여전히 순위표 맨 아래다. 심지어 지난 5일 경기서 패하면서, 포스트시즌(PS) 진출 확률이 완전히 사라졌다. 바로 위 8~9위권 팀들과도 꽤 많이 벌어진 상황. 이대로라면 4년 연속 꼴찌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동기부여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데이비슨은 “야구라는 것 자체가 수렁에 빠지기도 하고, 또 거기서 나오기 위해 매일매일 노력해야 하는 종목이다. 남은 시즌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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