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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토크] ‘신사’ 김재중, 14.6km 폐터널서 '생얼'로 굴러야 했던 이유…②

입력 : 2026-07-08 15:16:41 수정 : 2026-07-08 15: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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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서 화려한 퍼포먼스와 압도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던 아티스트가 모든 색을 지워냈다. 2012년 영화 '자칼이 온다' 이후 무려 14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배우 김재중의 이야기다. 그가 오랜 침묵을 깨고 선택한 복귀작은 뜻밖에도 한일 합작 오컬트 호러 영화 '신사: 악귀의 속삭임'(이하 '신사')이다.

 

'신사: 악귀의 속삭임'은 일본 고베 폐신사에 답사를 갔던 대학생 3명이 사라지고 박수무당 명진(김재중)이 사건을 파헤치며 기이한 악귀와 맞서는 작품. 8일 극장 동시 IPTV & VOD 서비스를 오픈하며 더 많은 영화팬과 만난다.

 

이번 영화에서 김재중은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철저히 감추고 누르는 편을 택했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 절제된 표정, 그리고 깊은 눈빛만으로 과거의 상처를 품은 박수무당 '명진'을 완성해 낸 그를 만나 스크린 밖 치열했던 고민의 흔적들을 들여다보았다.

 

◆ 14.6km 폐터널의 날것, 그리고 강렬한 엔딩의 비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단연 공간이다. CG나 세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일본 고베의 거대한 지하 터널과 방치된 폐신사 등 실제 로케이션에서 진행된 촬영은 배우들에게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했다.

 

"현장에 처음 갔을 때 장소가 뿜어내는 기운에 완전히 압도됐습니다. '진짜 공포영화를 찍으라고 대놓고 이런 곳에 데려왔구나' 싶을 정도였죠. 특히 과거 토사 운반용으로 건설됐다가 지금은 쓰지 않는 14.6km의 폐터널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습니다. 먼지와 모래가 날리는 그 척박한 공간 속에서 촬영하다 보니, 화장을 하거나 꾸미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습니다. 거의 생얼이나 다름없는 꾀죄죄하고 거친 날것의 얼굴로 돌아다녔는데, 그 마이너한 피부 질감이 오히려 영화의 톤앤매너와 현실감을 리얼하게 살려준 것 같습니다. 터널 안은 한 번 들어갔다 나오기가 너무 험난해서 쉬는 시간에도 배우들이 현장을 떠나지 않고 붙어 있었는데, 덕분에 서로의 연기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며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영화의 엔딩을 장식하는 클로즈업 시퀀스는 김재중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구마키리 감독은 이 중요한 감정의 변화를 원테이크로 찍기를 원했다. 명진의 인격체로 서 있다가 마지막 순간 악귀에게 완전히 흡수되는 미묘한 호흡을 한 번에 담아내야 했다.

 

"한번 물꼬를 튼 호흡은 무조건 끝까지 삼켜야 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마지막 순간에 더 기괴하고 악귀스러운 비주얼을 강렬하게 표현하고 싶었죠. 그래서 현장에서 미묘하게 입가에 묻힌 게 사실 한국의 김치 국물과 양념치킨 소스였습니다(웃음). 일본 문화에는 없는 질감인데, 감독님이 모니터로 보시더니 피처럼 보이면서도 묘하게 기괴하다고 아주 좋아하셨습니다. 단 두 번 만에 오케이를 받았죠. 그리고 엔딩에서 나지막이 뱉는 '먹자'라는 대사는 사실 대본에 없던 제 애드리브였습니다. 악귀가 여러 숙주를 옮겨 다니다가 마침내 가장 깊은 나쁜 마음을 품은 명진의 몸으로 완벽히 들어왔음을 알리는 힌트이자, 이 공포가 절대 끝이 아니라는 서늘한 여운을 주고 싶어 던진 한마디였는데 감독님이 영화의 결말과 너무 잘 어울린다며 그대로 살려주셨습니다."

 

◆ "안주하는 순간은 독, 늘 나 자신에게 벌을 준다"

 

가수, 배우, 예능인,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대표까지. 끊임없이 영역을 확장하며 멈추지 않고 달리는 김재중에게 변신과 도전은 삶을 지탱하는 동력이다.

 

"저는 저 자신을 어느 하나의 카테고리에만 묶어두고 싶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고,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면 몸에 병이 생기는 체질이거든요. 나중에 돌아봤을 때 후회하고 싶지 않고, 시작했다면 무조건 너무나도 잘해내고 싶습니다. 제가 가장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상태는 마음이 어느 한곳에 편안하게 안주하는 순간입니다. '이건 원래 늘 하던 일이니까 대충 쉽게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는 순간, 노력을 멈추게 되니까요. 그래서 저는 일부러 저 자신에게 '이건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야'라는 독을 주며 채찍질합니다. 많이 먹으면 힘든 운동으로 스스로에게 벌을 주듯, 일에 있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성취감을 찾으러 나서는 거죠.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활자로 쓰인 문장을 내 몸과 목소리로 살아 숨 쉬는 인물로 승화시키는 연기의 쾌락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영화 '신사'는 관객이 극장 문을 나선 뒤에도 쉽게 해소되지 않는 질문들과 풍부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는 작품이다. 김재중은 "정형화된 공포가 아닌, 뻔하지 않은 상상력과 새로운 결의 서늘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라며 작품을 향한 단단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안주라는 달콤한 덫을 거부하고 스스로 거친 폐허 속으로 걸어 들어간 배우 김재중. 그의 낮고 단단한 눈빛이 담긴 잔상은 올여름 관객들의 머릿속에 꽤 오랜 시간 서늘한 여운으로 맴돌 것으로 보인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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